IT 연봉 버블인가, 정당한 대가인가
IT 연봉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말에 대한 개발자의 반론과 자기 의심
버블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경력 5년 차 백엔드 개발자 평균 연봉이 한 6,800만 원이다. 같은 경력 사무직이 한 4,200만 원 정도니까 1.6배 차이. 이걸 보고 "IT 연봉이 버블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20212022년에 이직하면 3050% 인상이 기본이었던 시기를 거치면서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실제로 그때 연봉 테이블이 비정상적으로 뛴 건 맞다.
라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버블이라고 단정하기엔 좀 다른 시각도 있다.
IT 인력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IT 인력 부족 규모가 한 7만 2천 명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임금이 오르는 건 경제학 원론이다.
개발자 한 명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매출 100억 서비스를 개발자 10명이 만들 수 있다. 1인당 매출 기여가 10억인데 연봉이 7천만 원이면, 회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투자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IT 연봉은 오히려 낮다. 실리콘밸리 같은 경력 개발자가 한 15만20만 달러, 한화 2억2억 7천만 원. 한국의 3배 이상이다. 물가 차이를 감안해도 격차가 크다.
근데 솔직히
전부 합리적이라고 하기엔 찝찝한 부분도 있다.
2021년 채용 전쟁 때 코딩 부트캠프 6개월 수료 후 바로 연봉 5천만 원 받고 입사하는 경우가 있었다. 경력 10년 차 다른 직종 전문가보다 높은 초봉. 이게 시장 가격이라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 건 사실이다.
지금은 많이 조정됐다. 주니어 채용이 줄었고, 부트캠프 출신 초봉도 3,500~4,000만 원 선으로 내려왔다. 2021년이 비정상이었고 지금이 정상에 가까운 건지, 지금이 과소평가인 건지는 좀 더 봐야 안다.
직군별로 다른 이야기
IT 안에서도 편차가 크다. AI/ML 엔지니어는 같은 경력 대비 30~40% 프리미엄이 붙는다. 인프라/데브옵스도 수요 대비 공급이 적어서 연봉이 높은 편이다.
반면 퍼블리셔, 웹 디자이너, 단순 유지보수 개발자는 연봉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IT면 다 고연봉"이 아니라 "특정 IT 직군이 고연봉"인 거다.
사실은 같은 백엔드 개발자여도 회사 규모에 따라 연봉이 한 2천만 원 이상 차이 난다. 네카라쿠배 5년 차와 중소기업 5년 차의 격차가 꽤 크다. 평균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으로는
AI가 코딩 생산성을 높이면서 "같은 일을 더 적은 개발자로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면 수요-공급 균형이 바뀌면서 연봉 하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근데 역사적으로 보면 자동화가 특정 직업을 없앤 적은 있어도, 소프트웨어 수요 자체가 줄어든 적은 없다. 도구가 좋아지면 만들 수 있는 것이 늘어나고, 그러면 일도 늘어난다.
버블이냐 아니냐는 결국 수요가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확답은 어렵다. 내 감으로는 상위 30% 개발자의 연봉은 유지되거나 오르고, 나머지는 조정될 것 같긴 한데. 내가 상위 30%인지도 확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