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 vs 국내, 연봉만으로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
미국, 일본, 싱가포르 vs 한국 개발자의 실질 소득을 비교한다
연봉 3배가 진짜 3배일까
실리콘밸리 시니어 개발자 연봉이 20만 달러라고 하자. 원화로 2.8억. 한국 같은 직급이 8천만 원이면 3.5배 차이다.
이 숫자만 보고 미국 가야 한다고 결론 짓는 글이 많은데, 실제로 미국, 일본,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동료들이랑 얘기해보면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미국: 세금이랑 월세가 다 가져간다
20만 달러에서 먼저 빠지는 것들. 연방세 + 캘리포니아 세금이 한 3540%. 78만 달러가 날아간다.
가족 건강보험 본인 부담이 연 5,000~10,000달러. 한국처럼 국민건강보험으로 안 끝난다.
주거비가 가장 크다. 샌프란시스코 근교 1베드룸 월세 평균이 3,000달러, 연 36,000달러다. 강남 원룸 100만 원의 4배.
점심 한 끼에 팁 포함 25달러가 기본이다. 식비가 체감상 2~3배 비싸다.
Numbeo 생활비 지수로 비교하면 샌프란시스코가 서울의 약 2배다. 연봉이 3.5배인데 생활비가 2배면, 실질 구매력 차이는 약 1.7배. 여전히 높긴 한데, 3.5배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 격차에 실망하는 사람이 꽤 많다.)
일본: 생각보다 차이가 별로 없다
도쿄 5년 차 백엔드 개발자 평균이 700800만 엔, 원화로 6,5007,400만 원 정도.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약간 높다.
의외인 건 도쿄 주거비가 서울보다 저렴한 경우가 있다는 거다. 23구 내 1DK 평균이 약 10만 엔, 93만 원 정도로 강남권보다 싸다.
일본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정규직 해고가 법적으로 매우 어려워서 경기 침체기에도 비교적 안전하다. 미국 at-will employment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점은 연봉 상승 곡선이 완만하다는 것. 이직으로 연봉 크게 올리는 문화가 아니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2년마다 이직해서 연봉 점프하는 게 어렵다.
싱가포르: 세금이 매력이다
시니어 기준 SGD 120,000180,000, 한 1.2억1.8억 원. 한국보다 높고 미국보다 낮다.
근데 소득세 최고세율이 22%이고 실효세율은 10~15%. 한국보다 낮다.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세, 상속세가 없다. 장기적으로 자산 형성에서 이 차이가 엄청나다.
주거비는 비싸다. HDB 빌리면 월 SGD 2,5003,500, 한 250350만 원. 콘도는 더 비싸다.
해외 가면 무조건 좋다고들 하는데
라고들 하지만, 숫자에 안 잡히는 비용이 크다.
사회적 자본의 손실이다. 친구, 가족, 동료 네트워크를 전부 두고 떠나는 거다. 새 나라에서 이걸 다시 쌓는 데 최소 3~5년 걸린다. 그 기간 동안의 외로움이랑 스트레스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비자 스트레스도 무시 못 한다. H-1B 불확실성, 일본 취로비자 갱신, 싱가포르 EP 발급 까다로움. 비자 문제로 잠 못 자는 밤은 연봉에 반영 안 된다.
언어랑 문화 장벽도 있다. 업무는 영어로 되는데, 병원 갈 때, 관공서 갈 때, 이웃이랑 대화할 때는 현지어가 필요하다. 이 격차가 만드는 고립감이 생각보다 크다. (가보기 전에는 상상이 잘 안 되는 부분이다.)
결국 왜 가고 싶은가의 문제다
연봉 비교표만 보고 결심하면 후회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연봉 차이가 없다고 해외를 배제하는 것도 좀 그렇다.
더 큰 기술적 도전, 글로벌 경험, 다양한 문화 체험. 이런 동기가 있으면 해외 취업은 값진 경험이 된다. 단순히 돈 때문이라면 예상보다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근데 솔직히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도 위선인 것 같고, 결국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른 건데 깔끔한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다. 해외 취업 관련 글을 쓰면서도 나 자신한테 명확한 답을 못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