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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올라도 체감이 안 되는 이유

연봉 인상률과 실질 구매력 사이의 괴리를 숫자로 뜯어본다

올해 연봉 협상 결과

올해 연봉이 7.2% 올랐다. 절대 금액으로 하면 한 430만 원 정도. 나쁘지 않은 인상률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3개월 지나니까 통장 잔고가 작년이랑 별 차이가 없다.

왜 그런지 실제 지출 내역을 뜯어봤다. (가계부를 써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깨달을 줄이야.)

실제 지출 비교

월세가 5만 원 올랐다. 연 60만 원.

점심값이 평균 1만 1천 원에서 1만 3천 원이 됐다. 한 달 22일 기준 월 4만 4천 원 증가. 연 52만 8천 원.

커피를 하루 한 잔 마시는데, 단골 카페가 4,800원에서 5,500원으로 올렸다. 월 2만 1천 원 증가. 연 25만 2천 원.

교통비, OTT 구독료, 통신비 인상분 합치면 월 한 3만 원. 연 36만 원.

여기까지만 해도 연 174만 원이다. 연봉 인상분 430만 원의 한 40%가 이미 고정 지출 인상분에 먹혔다.

CPI랑 내 체감이 다른 이유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올해 한 2.8%다. 내 연봉 인상률 7.2%니까 실질 4.4% 오른 거 아닌가? 숫자로만 보면 그렇다.

근데 CPI에는 내가 안 사는 것들도 포함된다. TV 가격이 떨어지고 냉장고 가격이 내려가도 나한테는 의미가 없다. 매일 쓰는 식비, 주거비, 교통비만 따로 떼면 상승률이 한 5~6%다.

사실은 세금도 빠트리면 안 된다. 연봉이 오르면 세율 구간이 올라간다. 430만 원 인상분에 대한 한계세율이 24%라 실수령 증가분은 한 327만 원 정도. 여기서 고정 지출 증가분 174만 원 빼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한 153만 원 더 생긴 거다.

월로 나누면 한 12만 7천 원. 이래서 체감이 안 되는 거다.

라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라는 뉴스가 나오는데, 이건 물가 상승 속도가 줄었다는 뜻이지 물가가 내려갔다는 뜻이 아니다. 2022년 이후 누적으로 보면 물가가 한 13~14% 올랐는데, 이게 내려오지는 않는다.

연봉이 해마다 5% 오른다고 해도, 3년 전 구매력을 회복하려면 누적 인상이 한 15% 이상이어야 한다. 올해 한 번 7% 올랐다고 뿌듯해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방어하려면

지출 최적화가 연봉 협상보다 쉽고 빠르다. 이번에 구독 서비스를 정리했더니 월 4만 2천 원이 줄었다. 안 쓰는 유튜브 프리미엄 패밀리, 거의 안 보는 OTT 하나, 쓰지도 않는 생산성 앱 구독.

점심을 주 2회 도시락으로 바꿨더니 월 한 6만 원 절약. 근데 이건 한 달 하고 포기했다. 도시락 싸는 데 시간이 너무 들어서.

결국 소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수입을 늘리는 게 근본적인 해결이다. 근데 그걸 위해서는 이직이나 부수입이 필요하고, 그건 또 에너지가 드는 일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잘 모르겠는 상태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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