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IPO 시장 분석
최근 테크 IPO 시장의 흐름과 개발자가 알아두면 좋은 것들
동료가 스톡옵션으로 집을 샀다
전 직장 동료가 시리즈 B 스타트업에 갔다가, 그 회사가 IPO를 했다. 스톡옵션 행사 후 세후 수익이 1억 2천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 돈으로 전세 보증금을 올렸다. 나는 같은 시기에 대기업에서 연봉 300만 원 인상을 받고 있었다. 비교하면 안 되는 건 아는데, 그날 술을 좀 많이 마셨다.
이 경험 이후로 테크 IPO 시장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다.
2024-2025 테크 IPO 시장의 흐름
2022~2023년은 테크 IPO 겨울이었다. 금리 인상, 밸류에이션 조정, 투자 심리 위축. 2023년 전체 테크 IPO 건수가 2021년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Reddit, Astera Labs 같은 기업이 IPO에 성공하면서 시장이 다시 열렸다. 2025년 들어서는 AI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IPO가 활발해지고 있다.
근데 2021년의 열풍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때는 매출 없이 성장률만으로 상장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수익성을 보여줘야 한다. "흑자 전환 계획"이 아니라 "실제 흑자"를 투자자가 요구한다.
개발자가 IPO를 신경 써야 하는 이유
첫째, 스톡옵션.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보상의 상당 부분이 스톡옵션이다. 이 옵션의 가치는 회사가 IPO하거나 인수될 때 현실화된다.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 스톡옵션은 종이 쪼가리다.
둘째, 채용 시장. IPO한 기업은 공모 자금으로 인력을 확충한다. IPO 활황기에는 개발자 수요가 올라가고, 연봉도 같이 오른다. 반대로 IPO 한랭기에는 스타트업이 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도 늘어난다.
셋째, 기술 트렌드의 바로미터. IPO에 성공하는 기업의 기술 스택이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이 된다. 투자자가 돈을 넣었다는 건, 그 기술에 시장성이 있다는 방증이니까.
스톡옵션의 현실
주변에 스톡옵션으로 큰돈을 번 사람은 솔직히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회사가 상장 못 해서 의미 없어진 경우, 행사가가 너무 높아서 수익이 별로인 경우,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한 경우. 이 3가지 중 하나다.
스톡옵션을 받을 때 확인해야 할 것들: 행사가(exercise price), 베스팅 기간(보통 4년), 클리프 기간(보통 1년), 행사 기한. 이걸 모르고 그냥 "스톡옵션 있으니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내가 전 직장에서 받은 스톡옵션은 행사가가 주당 8,700원이었다. 회사가 상장을 못 했고, 마지막 펀딩 라운드에서 밸류에이션이 떨어지면서 내재가치가 행사가 아래로 내려갔다. 수익은 0원. (정확히는 마이너스다. 입사할 때 연봉을 낮게 협상한 대가로 옵션을 더 받았으니까.)
IPO 전 기업에 합류할 때 체크리스트
매출 성장률만 보지 말고 번 레이트(cash burn rate)를 봐야 한다. 월 얼마를 태우고 있는지, 현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런웨이 18개월"이라고 하면 추가 투자 없이 18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뜻인데, 이게 12개월 이하면 위험 신호다.
기존 투자자가 후속 투자에 참여하는지도 중요하다. 기존 투자자가 빠지면 그 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경영진의 IPO 경험. 이전에 회사를 상장시켜본 경영진이 있으면 성공 확률이 높다. 첫 상장은 프로세스 자체가 엄청난 리소스를 소모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대기업에 남아있다. 스톡옵션의 꿈은 접었다. 솔직히 그 동료 얘기 듣고 한 달쯤 스타트업 채용 공고를 뒤졌는데, 결국 안정성을 택했다. 1억 2천의 가능성보다 매달 나오는 320만 원의 확실성이 나한테는 맞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만약 그때 같이 갔으면?" 이 "만약"은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