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6 min read

비개발 팀과 협업하는 법

마케팅, 기획, 디자인 팀과 일하면서 배운 소통의 기술

"그거 금방 되는 거 아니에요?"

이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삼킨 말이 있다. "금방이요? 금방이 어느 정도인데요?" 마케팅 팀에서 랜딩 페이지 수정을 요청했는데, 그분 생각에는 "버튼 색깔 바꾸는 거"였다. 실제로는 디자인 시스템에서 컬러 토큰을 수정하고, 영향 범위를 확인하고, A/B 테스트 설정을 변경하는 작업이었다. 예상 소요 시간 3시간. "금방"은 아니다.

근데 이건 마케팅 팀 잘못이 아니다. 그 사람은 코드를 모르니까 "버튼 색깔 = 간단"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이 간극을 좁히는 게 내 일이다.

기술 용어를 번역하는 능력

"CI/CD 파이프라인에서 빌드가 실패해서 배포가 안 됐어요." 이걸 기획 팀에 말하면 눈이 커진다. 번역하면 이렇다. "자동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돼서, 수정사항이 아직 반영 안 됐어요. 1시간 안에 고칠게요."

이 번역 능력이 비개발 팀과 일할 때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 나는 이걸 "엄마한테 설명하기"라고 부른다. (우리 엄마가 이 글 보면 섭섭하겠지만.) 기술 용어를 쓰는 건 지식을 뽐내는 게 아니라 소통을 차단하는 것이다.

견적을 물어보면 x2 하는 이유

"이 기능 얼마나 걸려요?" 이 질문에 개발자가 "이틀이요"라고 하면, 실제로는 4일이 걸린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개발자가 "순수 코딩 시간"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팅, 코드 리뷰, 예상치 못한 버그, 테스트, 배포 과정은 견적에 안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예상의 1.5배를 말한다. "이틀이면 될 것 같은데, 테스트랑 리뷰 포함하면 3일 잡아주세요." 이러면 2일 반에 끝났을 때 "빨리 끝냈네요!"가 되고, 진짜 3일 걸려도 약속을 지킨 게 된다.

한번은 1.5배도 부족해서 기획 팀 기대를 못 맞춘 적이 있다. 3일이라고 했는데 5일 걸렸다. 외부 API 연동에서 문서에 없는 제한사항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로 외부 의존성이 있는 건 2배로 잡는다. (그래도 가끔 터진다.)

진행 상황 공유는 과하게

개발자끼리는 "PR 올렸어요"면 끝인데, 비개발 팀은 PR이 뭔지 모른다. 그래서 진행 상황을 이렇게 공유한다.

  • "지금 설계하고 있어요. 내일까지 화면 흐름 공유할게요."
  • "코딩 중이에요. 60% 정도 완료됐고, 목요일에 확인 가능합니다."
  • "다 만들었고, 내부 테스트 중이에요. 금요일에 실제 환경에서 볼 수 있어요."

이렇게 3단계로 나눠서 공유하면 "지금 어디까지 됐어요?" 질문이 확 줄었다. 슬랙에 주 2회 상태 업데이트를 올리는데, 이거 올리는 데 5분이면 된다. 5분 투자로 "언제 되나요?" DM 7개를 줄이는 거다.

안 된다고 말하는 기술

"이건 안 됩니다"는 최악의 답변이다. 비개발 팀 입장에서는 거절당한 느낌이 들고, 왜 안 되는지도 모른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이 방식으로 하면 2주 걸리는데, 이렇게 바꾸면 3일 안에 가능해요. 결과는 비슷한데 기술적 제약이 달라서요."

대안을 함께 제시하면 "안 돼"가 "이렇게 하면 돼"가 된다. 이 차이가 크다. 마케팅 팀장이 "개발팀은 항상 안 된다고만 해"라고 했던 게, 대안 제시를 습관화한 이후로 "개발팀이 좋은 대안을 많이 줘"로 바뀌었다. (직접 들은 건 아니고 다른 팀원한테 전해들었다.)

결국 이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비개발 팀이 개발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근데 개발자가 비개발 언어를 배울 필요는 있다. 이건 불공평한 게 아니라, 전문가의 책임이다. 의사가 환자한테 의학 용어로 설명하면 안 되는 것처럼.

5년 차가 되면서 코딩 실력보다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걸 느낀다. 코드는 혼자 잘 짜면 되지만, 프로덕트는 혼자 못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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