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2026
VC 투자가 얼어붙은 지 2년째,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숫자가 말해준다
2026년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VC 투자액이 한 2조 1천억 원이다. 2021년 같은 기간에 7조 8천억 원이었으니까 대략 73% 줄어든 거다. 투자 건수도 814건에서 341건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시리즈 A까지는 그래도 움직이는데, 시리즈 B 이후가 거의 얼어붙었다. 시리즈 B 투자 건수가 전년 대비 한 41% 감소했다. (이 숫자를 보면 지금 시리즈 A 받은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불안할지 감이 온다.)
왜 이렇게 됐나
2020~2021년 제로금리 시대에 돈이 넘쳐났다. VC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밸류에이션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갔다. 매출 1억도 안 되는 회사가 100억 밸류로 투자받는 경우가 있었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이 거품이 꺼졌다. LP들이 스타트업 펀드보다 채권에 돈을 넣기 시작했고, VC 신규 펀드 레이징도 어려워졌다.
라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단순히 금리 문제만은 아니다. 2021년에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의 후속 성과가 기대 이하인 것도 크다. VC 입장에서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안 나오니까 신규 투자에 보수적이 되는 건 당연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스타트업 다니는 친구 셋이 올해 들어 전부 이직했다. 두 명은 대기업으로, 한 명은 외국계로. 공통적인 이유가 "회사 런웨이가 한 8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추가 투자 전망이 안 보인다"였다.
채용 공고도 확연히 줄었다. 2024년까지만 해도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 연봉 상한 없음" 이런 공고가 있었는데, 지금은 "경력 3~5년, 협의"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연봉 상한 없음이 사라진 게 체감 지표 중 하나다.)
사실은 혹한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2021년에 비합리적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받고 결국 실패한 스타트업이 한 둘이 아니니까. 지금은 실제 매출과 수익성이 있는 회사만 살아남는 자연스러운 정화 과정이라는 거다.
스타트업 종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연봉 인상이 멈췄다. 2021년에는 이직하면 30% 인상이 기본이었는데, 지금은 동결이나 10% 이내가 대부분이다.
스톡옵션 가치도 불확실해졌다.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Exit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졌다.
복지도 줄었다. 식대 지원, 자기개발비, 워크숍. 하나둘 사라지거나 축소됐다. 1년 전에 무제한 도서 지원하던 회사가 분기 10만 원 한도로 바꿨다는 얘기도 들었다.
언제 끝날까
솔직히 모르겠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좀 나아질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 2024년에도 같은 말을 했었다.
확실한 건 2021년 같은 과잉은 다시 오기 어렵다는 거다. VC들이 학습했고, LP들도 학습했다. 앞으로는 매출 기반의 합리적 밸류에이션이 기본이 될 거다.
스타트업에 있는 개발자라면 회사 재무 상태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 런웨이가 12개월 이하면 이직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배가 침몰할 때 마지막에 내리는 건 미덕이 아니라 그냥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