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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 개발자 버전

개발자도 긱 워커가 되고 있다는데, 실제로 해보니 어땠는지

긱 이코노미가 개발자한테도 왔다

배달, 운전 같은 플랫폼 노동만 긱 이코노미인 줄 알았는데, 개발 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탑탈, 업워크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원래 있었고, 국내에서도 위시켓, 크몽, 프리모아 같은 플랫폼이 커지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IT 프리랜서가 한 18만 7천 명이다. 2020년 대비 한 42% 늘었다. 전체 IT 종사자의 한 23% 정도가 프리랜서라는 뜻이다.

직접 해봤다

작년에 회사 다니면서 주말에 위시켓으로 프로젝트 두 개를 했다. 관리자 페이지 개발 한 건이 430만 원, API 리팩토링 한 건이 280만 원. 합치면 710만 원.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한 4만 3천 원 정도였다. 회사 연봉을 시간당으로 환산한 것보다 조금 높았다. 근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시간이 빠져 있다. 클라이언트 미팅, 슬랙 대응, 기획 변경 논의. 순수 코딩 시간의 한 1.7배를 여기에 썼다. 이걸 포함하면 시간당 한 2만 5천 원. 회사 다니는 것보다 낮다. (이걸 깨달았을 때 좀 허탈했다.)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

위시켓은 프로젝트 금액의 한 3.3%를 수수료로 떼간다. 업워크는 처음 500달러까지 20%, 이후 10%, 누적 1만 달러 이상이면 5%. 글로벌 플랫폼이 수수료가 훨씬 높다.

근데 라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수수료보다 더 큰 문제는 클라이언트 리스크다. 위시켓에서 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중간에 기획이 세 번 바뀌었다. 계약서에 명시된 범위 밖인데 "이것도 해주세요"가 반복됐다. 추가 비용을 요구했더니 관계가 어색해졌다.

플랫폼이 중재를 해주긴 하는데 완벽하지는 않다. 결국 계약서를 촘촘히 쓰는 수밖에 없다.

풀타임 프리랜서는 다른 세계다

주말에 부업으로 하는 것과 풀타임 프리랜서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풀타임으로 전환한 선배한테 들은 얘기가 좀 충격이었다.

월수입 편차가 크다. 잘 되는 달은 1,200만 원, 안 되는 달은 0원. 연평균으로 보면 한 750만 원인데, 수입 불안정성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부담된다고.

4대보험도 직접 내야 한다. 건강보험료만 월 한 35만 원. 국민연금, 고용보험 합치면 55만 원 넘게 나간다. 회사 다닐 때는 반반이었는데 전액 본인 부담이니까 체감이 크다.

퇴직금도 없다. 3년 일하고 나오면 회사에서는 한 600~700만 원 정도 퇴직금이 나오는데, 프리랜서는 0원이다. 이걸 감안해서 시간당 단가를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긱 이코노미가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솔직히 양쪽 다다. 자유롭게 일하고 싶고 자기 단가를 높일 수 있는 시니어한테는 기회다. 근데 경험 부족한 주니어가 긱으로 빠지면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 코드 리뷰 문화, 팀 프로젝트 경험, 멘토링 - 이런 건 프리랜서로는 얻기 어렵다.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뭘 선택하든 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당분간 회사를 다니면서 가끔 사이드로 프리랜서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근데 5년 뒤에도 이 생각이 같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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