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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 한국 현황과 전망

한국에서 스타링크를 쓸 수 있게 된 뒤, 실제로 의미 있는 서비스인지 따져본다

한국에서 드디어 쓸 수 있다는데

스타링크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뉴스를 봤다. 일론 머스크가 위성 인터넷으로 전 세계를 커버하겠다고 했던 그 프로젝트.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과연 스타링크가 여기서 의미가 있을까? 궁금해서 좀 파봤다.

한국 인터넷이 이미 빠른데

한국의 평균 인터넷 속도는 200Mbps를 넘는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기가 인터넷을 월 2만 원대에 제공한다. 스타링크의 다운로드 속도가 100~200Mbps 정도인데, 이건 한국 유선 인터넷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느리다.

레이턴시도 문제다. 위성 인터넷 특성상 20~40ms 정도인데, 유선은 5ms 이하. 게임이나 화상회의를 하는 사람한테는 이 차이가 체감된다.

그리고 가격. 스타링크 월 이용료가 약 7만 원이다. 장비 구입비도 따로 있다. 한국 기가 인터넷이 2만 원대인 걸 생각하면 가격 경쟁력이 없다.

근데 의미가 있는 곳이 있다

도심에서는 의미가 없다. 근데 한국에도 인터넷이 안 되거나 느린 곳이 있다. 산간 지역, 섬 지역, 농촌 지역. 이런 곳에서는 유선 인프라 구축 비용이 비싸서 KT도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울릉도에서 인터넷 쓰는 사람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운로드 속도가 10Mbps도 안 나올 때가 있다고 했다. 이런 곳에서는 스타링크의 100~200Mbps가 혁명적이다.

그리고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 산속에서 노트북 켜고 일해야 하는 디지털 노마드. 이런 니치 시장에서는 수요가 있을 것 같다.

통신사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스타링크 한국 진출 뉴스 이후 통신 3사의 반응이 미묘하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속으로는 좀 신경 쓰이는 것 같다.

KT가 슬쩍 농촌 지역 인터넷 보급 사업을 발표한 건 우연이 아닐 것 같다. 스타링크가 못 먹는 시장을 미리 잡아두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추측이다. 근데 타이밍이 너무 맞아떨어진다.)

개발자 관점에서 보면

위성 인터넷이 백업 회선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데이터센터는 보통 회선 이중화를 하는데, 지상 회선이 다 끊어지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위성 인터넷이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초 대만 지진 때 해저 케이블이 손상되면서 아시아 지역 인터넷에 영향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위성 인터넷은 보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근데 현실적으로 스타링크를 데이터센터 백업 회선으로 쓰려면 SLA(서비스 수준 협약)가 필요한데, 스타링크의 기업용 SLA가 아직 한국에서는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 같다.

우주 쓰레기 문제는 어쩌고

이건 기술 얘기가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인데, 신경 쓰인다. 스타링크 위성이 현재 6,000개 이상이고, 계획은 42,000개다. 위성 수명이 끝나면 대기권에서 소멸시킨다지만, 이 규모의 위성 군집이 궤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천문학자들이 위성 빛 반사 때문에 관측에 방해가 된다고 불만을 표하는 것도 봤다. 인터넷은 중요한데, 밤하늘도 중요하지 않나. 이런 트레이드오프를 누가 결정하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국에서 스타링크가 대중 서비스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유선 인프라가 너무 잘 되어 있으니까. 근데 틈새 시장에서는 확실한 수요가 있다.

그리고 위성 인터넷 기술 자체의 발전 속도가 빠르니까, 5년 뒤에는 레이턴시나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 그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서울에서 스타링크를 쓸 이유는 없다. 근데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프로젝트인 건 맞다. 위성 수천 개를 저궤도에 띄워서 전 세계에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발상 자체가 SF 소설 같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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