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도입 6개월 후
한국 IT 기업의 주 4일제 실험 결과를 데이터로 들여다본다
한국에서도 실험이 시작됐다
2025년 하반기부터 한국 IT 기업에서도 주 4일제가 눈에 띄게 늘었다. 카카오가 격주 4일제를 도입했고, 중소 IT 기업들이 전면 주 4일제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 시범사업 참여 기업도 100곳을 넘었다.
6개월 지난 지금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기대보다 좋지만 만능은 아니다.
해외 수치만 보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영국의 2022년 대규모 실험이 가장 유명하다. 61개 기업, 2,900명 참여. 6개월간 매출 평균 1.4% 증가, 퇴사율 57% 감소. 92%가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에 생산성 40% 향상. 아이슬란드는 2015~2019년 2,500명 규모 실험에서 생산성 유지 또는 향상.
숫자만 보면 완벽한 제도 같다. 매출 오르고, 이직률 줄고, 만족도 올라가고.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근데 한국 상황은 좀 다르다
라고들 하는데, 고용노동부 중간 보고를 보면 IT 업종의 경우 생산성은 유지됐지만 편차가 컸다.
자체 서비스 운영하는 기업은 긍정적이었는데, SI/외주 중심은 고객사 일정이랑 충돌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객사는 주 5일 근무하는데 우리만 금요일에 쉬면 커뮤니케이션 공백이 생긴다.
한 지인이 주 4일제 도입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처음 두 달은 혼란이었다고 한다. 금요일이 쉬는 날이니까 목요일에 일이 몰리고, 회의가 줄지 않으니 실제 집중 시간은 더 줄었다.
야근이 은근히 늘어서 주 4일제인데 실근무시간은 주 5일이랑 비슷한 아이러니.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전환점은 회의 문화를 바꾸면서 왔다. 30분 넘는 회의 금지,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확대, 코어 타임 집중 근무. 슬랙 대신 노션 문서로 소통하고, 불필요한 상태 보고 회의를 없앴다. 이런 변화가 쌓이면서 4일 안에 5일치를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일하는 방식 변화 없이 근무일만 줄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개발자한테는 사실 유리한 구조다
Cal Newport 연구에 따르면, 개발자가 맥락 전환 없이 집중 코딩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2.1시간에 불과하다.
주 5일이든 4일이든 실제 생산적 코딩 시간은 주당 한 10시간 내외로 비슷하다. 나머지는 회의, 이메일, 슬랙 처리에 쓰이고 있었다.
근무일을 줄여도 생산성이 안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히려 하루 더 쉬면서 4일간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번아웃 감소도 뚜렷했다. 금요일에 쉬거나 공부하거나 개인 프로젝트 하면서 월요일에 충전된 상태로 출근할 수 있었다.
남은 과제들
급여를 유지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다. 성공 사례는 대부분 급여를 유지한 경우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다.
성과 측정도 근무 시간이 아니라 산출물로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 많은 한국 기업이 "오래 앉아있는 사람 = 열심히 하는 사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채용 경쟁력 측면에서 주 4일제가 강력한 무기라는 데이터도 있다. 지원율이 평균 2배 이상 높았다고.
주 4일제는 단순히 하루 쉬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 전체를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다. 회의를 줄이고, 비동기 소통을 늘리고,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제거하는 이 지루한 작업 없이 금요일만 쉬면 결국 실패한다. 이 재설계를 해낼 수 있는 조직이 얼마나 될지는 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