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형 개발자의 수면 패턴 교정기
새벽 3시 취침이 일상이었던 개발자가 12시 전에 자게 되기까지
새벽 3시가 평범했던 시절
대학 때부터 야행성이었다. 밤 11시부터 집중력이 올라오고, 새벽 2~3시가 골든타임이라고 믿었다. 취업하고 나서도 "난 올빼미형이야"라고 합리화하면서 새벽까지 코딩하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는 생활을 4년째 했다.
평균 취침 시간이 새벽 2시 43분이었다. (아이폰 수면 데이터를 보니까 정확하게 기록돼 있었다.) 기상은 8시 20분. 총 수면이 5시간 37분.
문제가 터진 건 건강검진
회사 건강검진에서 "수면무호흡증 의심"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수면다원검사를 받았더니 시간당 무호흡 횟수가 13.2회. 경도 수면무호흡이라고 했다. 충분히 자도 피곤한 이유가 이거였다.
의사가 "생활습관부터 바꾸라"면서 수면 시간 규칙성을 강조했다. "몇 시간 자느냐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매일 새벽 3시에 자서 8시에 일어나는 것보다, 11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는 게 낫다고 했다.
근데 솔직히 11시에 잠이 오나? 그게 안 되니까 새벽까지 깨어있는 건데.
시도 1: 멜라토닌
약국에서 멜라토닌 3mg짜리를 샀다. 9시에 먹으면 11시쯤 졸린다는 리뷰를 보고. 결과는... 졸리긴 했다. 근데 핸드폰을 보면 졸음이 사라진다. 멜라토닌 먹고 침대에서 유튜브 보는 멍청한 짓을 2주했다. 효과는 당연히 없었다.
핸드폰을 침실 밖에 두기로 한 뒤에야 멜라토닌 효과를 제대로 봤다. 약 문제가 아니라 행동 문제였다.
시도 2: 수면 위생
"수면 위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뭔 소린가 했다. (수면에도 위생이 있다고?) 근데 하나씩 따라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침실을 어둡게. 암막커튼 3만 2천 원짜리를 달았다. 침실에서는 수면만. 침대에서 노트북 하던 습관을 끊었다. 자기 전 1시간은 화면 안 보기. 이게 제일 어려웠다. 뭘 하냐면 책을 읽었다. 종이책. 처음에는 10분도 못 읽고 잠들었다. (역으로 좋은 거 아닌가.)
카페인은 오후 1시 이후 금지. 이건 개발자한테 꽤 혹독하다. 오후 3시 커피가 없으면 코딩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2주 지나니까 적응됐다.
첫 달 결과
취침 시간이 새벽 2시 43분에서 12시 17분으로 당겨졌다. 기상은 7시. 수면 시간은 6시간 43분으로 한 시간 이상 늘었다. 근데 더 중요한 건 수면의 질이다. 중간에 깨는 횟수가 줄었고, 아침에 알람 없이 눈이 떠지는 날이 생겼다.
오전 집중력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전에는 오전에 멍하니 코드 읽기만 했다면 이제는 오전에 핵심 로직을 짤 수 있게 됐다.
근데 완벽하진 않다
금요일 밤이 문제다. "내일 안 일어나도 되니까" 하면서 다시 새벽 2시까지 깨있는다. 주말에 리듬 깨지면 월요일에 다시 고생한다. 이걸 "소셜 제트래그"라고 하더라. 해외 안 나가도 시차 적응하는 거다.
술 먹은 날도 수면의 질이 확 떨어진다. 맥주 3캔 마시면 숫자로는 7시간 자도 개운하지가 않다.
3개월째 지금
평일 취침 시간 평균이 11시 48분까지 당겨졌다. 새벽 3시에서 11시 48분이면 거의 4시간을 당긴 거다. 무호흡 재검사는 아직 안 받았는데 체감상 코골이가 줄었다고 같이 사는 형이 말해줬다.
나는 올빼미형이 아니었다. 그냥 늦게 자는 습관이 굳어진 거였다. 근데 이걸 인정하는 데 4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