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오피스 셋업 변천사
재택근무 3년 동안 바뀐 책상 위 풍경과 돈 쓴 기록
1기: 식탁에서 일하던 시절
재택근무 첫 달은 식탁에서 노트북 하나로 버텼다. 의자가 식탁 의자라 2시간만 앉으면 엉덩이가 아팠다. 모니터도 노트북 13인치가 전부. PR 리뷰할 때 코드랑 브라우저를 왔다갔다 하는 게 미칠 것 같았다.
한 달 버티다가 "이러면 못 하겠다" 싶어서 장비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 산 게 27인치 모니터 LG 27UL500, 29만 원. 식탁 위에 모니터 올려놓으니까 식사할 때마다 치워야 했다. (그때 사진 보면 좀 웃긴다.)
2기: 이케아 책상 시대
이케아 LAGKAPTEN 상판 + ADILS 다리 조합으로 책상을 들였다. 7만 8천 원.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리뷰를 보고 샀는데, 실제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높이 조절이 안 돼서 키보드 타이핑 자세가 애매했다.
의자는 시디즈 T50을 중고로 18만 원에 샀다. 새 거 40만 원짜리를 중고로 사면 반값이라는 걸 이때 알았다. 의자는 확실히 돈 값을 한다. 엉덩이 통증이 사라졌다.
총 투자: 모니터 29만 + 책상 7.8만 + 의자 18만 = 54.8만 원.
3기: 듀얼 모니터의 세계
혼자 개발하다가 팀 리드가 되면서 슬랙 + 지라 + IDE를 동시에 봐야 하는 일이 생겼다. 모니터 하나로는 답이 없었다. 같은 모니터를 하나 더 사려다가 델 S2722QC로 갔다. 34만 원. USB-C로 노트북 충전까지 되는 게 편했다.
근데 듀얼 모니터 배치를 잘못 해서 한 달간 목이 아팠다. 왼쪽 모니터를 메인으로 쓰다 보니 고개가 계속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메인 모니터를 정면에 놓고 서브를 옆에 두는 기본적인 걸 왜 몰랐을까.
모니터 암도 이때 샀다. 어고트론 LX 듀얼, 19만 원.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책상 공간 확보되는 거 보면 값어치 한다.
4기: 조명과 소품의 시대
화상회의가 많아지면서 조명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모니터 뒤에 간접조명 LED 바를 붙이고, 정면에 링라이트를 놨다. 웹캠도 로지텍 C920에서 Brio 4K로 바꿨다. "카메라 화질 좋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걸로 평가받을 일인가 싶긴 했다.)
케이블 정리에 3시간을 쓴 적이 있다. 케이블 트레이, 벨크로 타이, 케이블 클립 합쳐서 2만 3천 원어치 샀다. 정리 전후 사진 찍어서 비교했을 때 만족감은 컸는데, 한 달 지나니까 다시 엉망이 됐다.
현재: 5기
지금 셋업의 총 투자 금액을 계산해봤다. 모니터 2개 63만, 모니터 암 19만, 의자 18만, 책상 7.8만, 키보드 15만, 마우스 8만, 웹캠 13만, 조명류 7만, 기타 소품 11만. 합계 161.8만 원.
사실은 이 목록에 안 들어간 실패 구매도 있다. 안 맞는 마우스 2개 (7만 원), 너무 딱딱한 손목 받침대 (1.2만 원), 한 달 쓰고 안 쓰는 모니터 필름 (1.8만 원). 실패 비용까지 합치면 170만 원이 넘는다.
솔직한 결론
셋업은 끝이 없다. 유튜브 셋업 영상 보면 "나도 저거 사야 하나" 싶고, 새 장비 나오면 눈이 간다. 근데 실제로 생산성에 큰 영향을 준 건 의자, 모니터, 키보드 이 세 개다. 나머지는 만족감 채우기에 가깝다.
다음 업그레이드 후보는 스탠딩 데스크인데, 벌써 견적이 55만 원이다. 언제 살지는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