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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거북목 교정, 실제로 효과 있었던 것들

거북목 진단 후 6개월간 시도한 방법들의 솔직한 성적표

유리벽에 비친 내 모습

어느 날 퇴근길에 유리벽에 비친 옆모습을 봤다. 머리가 몸보다 10cm는 앞으로 나와 있었다. 모니터에 빨려 들어가는 사람처럼. "설마 저게 나인가?"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르게 했더니 거울 속 사람이 확 달라졌다. 그 말은 평소에 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는 뜻이다.

바로 정형외과에 갔더니 "전형적인 거북목이시네요. 경추 C커브가 거의 일자입니다." 하루 평균 12시간 모니터 앞에 앉는 개발자의 숙명.

교정 베개 — 효과 좀 있었다

4만 원짜리 경추 지지 베개를 샀다. 가운데가 움푹 패여서 목을 받쳐주는 구조. 첫 주는 불편해서 잠을 잘 못 잤다. 2주쯤 적응되니까 아침에 목 뻣뻣한 게 줄었다. 근데 거북목 교정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었는지는 확신이 없다. 수면의 질은 나아졌지만, 깨어 있는 시간의 자세를 바꿔주진 않으니까.

모니터 암 — 이게 가성비 1등이다

3만 원짜리 모니터 암. 이전에는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보느라 고개를 20~30도 숙이고 있었는데, 눈높이로 올리는 것만으로 자세가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올라갔다. 노트북 사용자라면 스탠드라도 하나 사라. 높이 10cm만 올려도 목 부담이 확 줄어든다.

효과 있던 스트레칭 두 가지

유튜브에서 "거북목 교정 스트레칭"을 검색하면 영상이 수백 개 나온다. 다 해봤다. 진짜로 다 해봤다. 효과 체감한 건 두 가지.

턱 당기기 운동. 턱을 뒤로 당겨서 이중턱 만드는 동작, 10초 유지 10회. 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효과는 진짜다. 하루 3세트씩 했더니 한 달 후 목 뒤 통증이 줄었다. 회의 중에 카메라 끄고 몰래 하기 좋다.

벽에 등 대고 서기. 뒤통수, 어깨, 엉덩이, 종아리, 발꿈치를 벽에 붙이고 3분 버티기. 처음에 30초도 힘들었다. 온몸이 떨렸다. 이게 힘들다는 건 올바른 자세가 얼마나 어색한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거다.

효과 없던 것들

어깨 뒤로 돌리는 스트레칭은 하는 순간은 시원하지만 자세 교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시적인 릴리스.

교정 밴드도 1만 5천 원 주고 샀는데, 착용하면 자세가 바로 잡히긴 한다. 문제는 불편해서 키보드 타이핑할 때 어깨가 제한되는 느낌. 3일 쓰고 서랍에 넣어뒀다. 효과 이전에 지속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

(1만 5천 원 날린 거 좀 아까웠다.)

결국 가장 효과 있던 건 알림이었다

맥 앱 "Posture Pal"을 깔았다. 30분마다 "자세 확인하세요" 알림. 처음엔 귀찮았다. "코딩 집중하는데 왜 방해하냐" 짜증도 났다.

근데 알림 뜰 때마다 턱 당기고, 어깨 펴고, 등 곧게 세우는 걸 반복했다. 하루 16번 정도 이걸 하니까, 2개월쯤 지나서 의식 안 해도 자세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자세가 무너졌다"는 감각이 생기면서 알림 없이도 교정하게 됐다.

6개월 후

정형외과 재방문. "좀 나아졌는데요?" 완전 교정은 아니지만 일자목이 약간의 C커브를 회복했다. 목 뒤 통증이 거의 없어졌고, 두통 빈도가 주 3회에서 월 1~2회로. 두통이 거북목 때문이었다는 걸 교정하고 나서야 알았다.

마법 같은 한 방은 없었다. 모니터 높이 조절, 스트레칭, 자세 알림 세 가지를 6개월. 비용도 모니터 암 3만 원, 베개 4만 원 포함 총 10만 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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