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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데스크 3개월 솔직 리뷰

55만 원짜리 전동 스탠딩 데스크를 3개월 써본 현실적인 후기

허리가 너무 아파서

하루 10시간 넘게 앉아서 코딩하는 생활을 5년 했더니, 허리 디스크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세요"라고 했는데, 개발자한테 앉는 시간을 줄이라는 건 숨 좀 참으라는 거와 비슷하게 들렸다.

물리치료비 월 15만 원씩 나가는 거 보면서 "차라리 스탠딩 데스크를 사자" 결심했다. 플렉시스팟 E7, 55만 원. 유튜브 리뷰 23개쯤 보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조립부터 만만치 않다

상자 무게가 35kg이었다. 택배 아저씨가 "이거 뭐에요? 금고?"라고 물었다. 혼자 조립하는 데 1시간 반. 프레임을 뒤집어서 상판에 볼트 잠그는 과정에서 전동 드릴이 필수다. 손 렌치로 하면 팔이 빠진다.

조립 후 높이 버튼을 처음 눌렀을 때, 책상이 올라가는 모습에 은근 감동을 받았다. (55만 원의 위엄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30분이 한계였다

의욕이 넘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려 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오늘은 앉지 않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이다. 첫 주에 서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이 한계. 발바닥이 아프고, 종아리가 뻣뻣해지고, 무릎에 무리가 왔다. 허리를 위해 산 건데 무릎이 아프면 뭔 소용인가.

"돈 버렸나?" 후회가 살짝 들었다.

발 피로 매트를 2만 원에 추가로 샀는데, 체감 차이가 컸다. 딱딱한 바닥과 폭신한 매트의 차이가 30분과 1시간의 차이를 만들었다. 스탠딩 데스크 산다면 발 매트는 꼭 같이 사라.

핵심은 번갈아 하는 거다

"하루 종일 서기"가 아니라 "앉기와 서기를 번갈아 하기"가 핵심이다. 이걸 깨닫는 데 한 달이 걸렸다. 50분 앉아서 일하고 25분 서서 일하는 리듬을 뽀모도로 타이머와 조합했다.

전동 모터로 높이 전환이 3초. 메모리 기능으로 버튼 하나면 자동 이동. 이 편의성 때문에 전동을 고른 건 탁월했다. 수동이었으면 둘째 달부터 안 올렸을 거다.

이 리듬이 잡히니까 오후 2~3시 졸음이 확실히 줄었다. 서 있으면 졸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

3개월 후 허리가 좀 낫다

허리 통증이 체감 7점에서 3점으로 줄었다. 아침에 "아이고 허리" 하는 횟수가 확 줄었다. 물리치료도 주 2회에서 월 1회로. 물론 스탠딩 데스크만의 효과는 아니다. 스트레칭이랑 코어 운동도 병행했다. 근데 앉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게 확실히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단점도 있다

화상회의할 때 서서 하면 카메라 각도가 애매해진다. 모니터 암이랑 웹캠 위치를 재조정해야 했다. 키보드 타이핑 자세가 앉을 때와 달라서 초기에 손목이 좀 불편했는데, 키보드 기울기를 음의 경사로 바꾸니 해결됐다.

소음은 생각보다 작다. 화상회의 중에 높이를 바꿔도 상대방이 모를 정도. 근데 새벽에 올리면 아래층에서 진동을 느낄 수도 있으니 조심.

본전은 뽑는다

3개월 물리치료비가 45만 원이었다. 스탠딩 데스크 사고 치료 횟수가 줄었으니, 1년이면 본전이다. 오후 졸음 감소 생산성까지 더하면 만족스러운 투자.

30만 원대 모델도 충분히 괜찮다. 전동이냐 수동이냐가 중요하지 브랜드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게 내 판단이다. 다만 사놓고 계속 앉아만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중요한 건 "서는 습관"을 만드는 거고, 그 습관을 만들기 위해 타이머 같은 외부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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