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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 정말 5년 안에 올까

양자 컴퓨팅의 현재 위치와 개발자가 준비해야 할 것

"5년 후"라는 말을 8년째 듣고 있다

양자 컴퓨팅이 5년 안에 실용화된다는 말을 나는 2018년부터 듣고 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5년 후"라고 한다.

핵융합이랑 비슷한 냄새가 난다. 항상 가까워 보이는데, 다가갈수록 뒤로 밀린다.

근데 최근 발전은 이전이랑 질적으로 좀 다르다. 예전에는 큐비트 수 늘리는 것만 목표였는데, 지금은 오류 정정이라는 핵심 난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 2025년이 양자 컴퓨팅의 진짜 전환점이었을 수 있다.

숫자는 인상적인데

IBM이 2025년에 1,121큐비트 Condor를 발표했고, 오류 정정 적용된 100 논리 큐비트 시스템을 시연했다. 구글은 Willow 칩으로 고전 컴퓨터로 10의 25승 년 걸리는 계산을 5분 만에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맥락이 있다.

이 계산들은 양자 컴퓨터에 최적화된 특수한 문제다. 양자 회로 샘플링이라는, 양자 컴퓨터한테만 유리한 종류의 문제를 풀어낸 거다. 실제 산업에서 쓰이는 범용 문제를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보다 잘 푼 사례는 아직 없다.

"양자 유용성"이랑 "양자 우위"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차이를 안 구분하는 기사가 너무 많다.)

다들 양자 컴퓨팅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는데

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적용 가능한 영역이 매우 제한적이다.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압도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세 가지다. 분자 시뮬레이션, 최적화 문제, 암호 해독. 그 외 대부분의 컴퓨팅 작업에서는 일반 컴퓨터가 더 효율적이다. 웹 서버를 양자 컴퓨터로 돌릴 이유는 없다. DB 쿼리를 양자 컴퓨터가 더 빨리 처리하는 것도 아니다.

제약 회사 몇 곳이 분자 시뮬레이션에 시험적으로 쓰고 있긴 한데, IBM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은 고전 시뮬레이션과 비슷하거나 약간 나은 수준이다.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에서도 양자 컴퓨팅은 환멸의 골짜기에 진입 중이고, VC 투자도 2022년 23억 달러 정점에서 2025년 14억 달러로 줄었다. 거품이 빠지고 현실적인 기대치로 조정되는 과정이다.

보안 쪽은 좀 다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양자 컴퓨팅 때문에 직접 영향 받을 일은 앞으로 한 5~10년간 거의 없다. 솔직히 당장 준비할 건 별로 없다.

근데 보안은 예외다.

양자 컴퓨터가 RSA랑 ECC 같은 공개키 암호를 깨뜨릴 수 있다는 건 이론적으로 확실하다. NIST가 이미 2024년에 포스트 양자 암호 표준을 발표했고, 구글 크롬은 2024년부터 포스트 양자 키 교환을 TLS에 적용했다. AWS도 주요 서비스에 순차 도입 중이다.

"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도 있다. 지금 암호화된 데이터를 먼저 수집해두고,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면 그때 해독하겠다는 전략인데, 국가 기밀 다루는 기관은 이미 이거에 대비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꽤 무서운 시나리오다.)

보안 관련 개발자라면 포스트 양자 암호에 대해 지금부터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5년 안에 오나

IBM 로드맵 기준으로 2029년까지 10만 큐비트 시스템이 목표인데, 로드맵대로 된 기술 기업이 역사상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보면 2030년대 초반에야 제한적인 상업 활용이 시작될 거고, 대중화는 2030년대 후반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 대답은 "아니, 근데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이다. 구글이 Willow를 내놓기 전까지 대부분의 전문가도 그 속도를 예상 못 했으니까.

양자 컴퓨팅은 if의 문제가 아니라 when의 문제라는 건 확실한데, 그 when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이 분야의 예측이라는 게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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