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효과: 월초와 월말의 소비 패턴
3개월간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월급날 전후로 소비 행태가 확연히 달랐다
월급날 다음 날에 유독 택시를 탔다
가계부 데이터를 정리하다가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다. 매달 26일(월급 다음 날)에 택시를 탈 확률이 다른 날보다 높았다. 3개월 동안 26일에 택시를 탄 횟수가 3번. 다른 날은 한 달에 평균 1.2회. (월급이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지갑이 열리는 건가.)
이게 궁금해서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파봤다.
월급 후 첫 주 vs 마지막 주
3개월 데이터를 주차별로 나눠봤다.
첫째 주(2531일): 일평균 지출 68,400원
둘째 주(17일): 일평균 지출 52,100원
셋째 주(814일): 일평균 지출 43,700원
넷째 주(1524일): 일평균 지출 38,200원
첫째 주 지출이 넷째 주의 1.79배. 거의 두 배다. 이건 고정 지출을 빼고 순수 가변 지출만 계산한 거다. 월초에 통장 잔고가 풍족하니까 쓰는 거다. 단순하다.
카테고리별로 보면 더 흥미롭다
식비는 의외로 주차별 차이가 크지 않았다. 밥은 어차피 매일 먹으니까. 근데 "외식"과 "집밥"의 비율이 달라졌다. 첫째 주 외식 비율 67%, 넷째 주 외식 비율 38%. 돈이 있으면 밖에서 먹고, 없으면 집에서 해 먹는다.
가장 차이가 큰 카테고리는 "쇼핑"이었다. 첫째 주 쇼핑 지출이 월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이 월급 직후에 집중됐다. 뭘 샀는지 보면,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있으면 좋겠다" 수준의 물건이 많았다. 블루투스 스피커(34,900원), 텀블러(19,800원), 마우스 패드(12,000원). 급하지 않은 것들.
월말 절약 모드가 작동하는 방식
넷째 주가 되면 자동으로 절약 모드가 켜진다. 편의점에서 음료를 살 때 가격을 비교한다. 택시 대신 버스를 탄다. 점심에 김밥천국을 간다. (김밥천국의 참치김밥 4,500원이 넷째 주의 단골 메뉴다.)
근데 이게 건강한 패턴인지는 모르겠다. 월초에 과소비하고 월말에 아끼는 건, 그냥 매주 균등하게 쓰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크다. 월말에 "돈 쓰면 안 되는데"라는 압박감이 있으니까.
시도해본 해결책: 주급 시스템
월급을 받으면 바로 4개의 계좌로 나눠 넣는 방법을 시도했다. 매주 하나씩 생활비를 쓰는 방식. 첫째 주에 과소비하면 둘째 주부터 영향을 받으니까 자제하게 될 거라는 계산.
2개월 동안 해봤는데, 효과가 있었다. 첫째 주 지출이 68,400원에서 53,200원으로 줄었다. 근데 문제는 귀찮다는 것. 매달 25일에 4개 계좌로 이체를 해야 하고, 자동이체 설정이 은행마다 다르고, 가끔 이체를 깜빡한다.
결국 1개월 반 만에 포기했다. 이론은 좋았는데 실행이 번거로웠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냐면
단순하게 갔다. 월급날에 저축액(월급의 30%)을 먼저 빼고, 나머지로 산다. "선저축 후소비." 뻔한 방법인데 이게 제일 현실적이었다. 주차별 지출 차이는 여전히 있지만, 총 지출은 줄었다.
결국 월급날 효과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 돈이 들어오면 쓰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니까. 중요한 건 그 본능을 인지하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의 차이다.
데이터를 보기 전에는 "나는 합리적으로 소비한다"고 생각했다. 데이터를 보고 나서는 "나는 월급날 근처에서 비합리적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