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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받아봤는데 현실은 이랬다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을 받고, 행사하고, 결국 어떻게 됐는지까지의 솔직한 기록

입사할 때 "스톡옵션 3,000주"라는 말에 혹했다

3년 전, 시리즈 A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연봉 협상에서 "기본 연봉은 시장 대비 낮지만 스톡옵션 3,000주를 드립니다"라고 했다. 행사가격은 주당 2,000원. 당시 회사 기업가치가 200억 원이었으니까 주당 가치는 약 10,000원. 3,000주 x (10,000원 - 2,000원) = 2,400만 원의 잠재 가치. (이 계산을 하면서 "이거 대박 아닌가" 생각했다.)

이게 현실에서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해보겠다.

베스팅 스케줄이라는 게 있다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바로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회사는 4년 베스팅, 1년 클리프였다. 1년간 재직해야 25%(750주)가 풀리고, 이후 매월 1/48씩 풀린다.

1년 클리프를 넘기기 전에 퇴사하면 옵션은 0이다. 아무것도 없다. 이 조건을 제대로 읽지 않은 동료가 11개월 차에 퇴사했는데, 옵션을 하나도 못 가져갔다. (한 달만 더 버텼으면 됐는데.)

행사가격과 세금, 이 두 가지를 몰랐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행사가격을 내야 한다. 3,000주 x 2,000원 = 600만 원. 이 돈이 있어야 한다. "공짜로 주식을 받는 거" 아니다. 살 수 있는 권리를 받는 거다.

그리고 세금. 행사 시점의 시가와 행사가격 차이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붙는다. 만약 행사 시점에 주당 시가가 15,000원이면, (15,000 - 2,000) x 3,000 = 3,900만 원이 근로소득으로 잡힌다. 세율이 최대 45%까지 올라갈 수 있다. 현금을 못 받았는데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걸 입사할 때 아무도 안 알려줬다. (이걸 모르고 입사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나중에 알았다.)

회사가 잘 돼야 의미가 있다

2년 차에 회사가 시리즈 B를 유치했다. 기업가치 500억 원. 주당 가치가 25,000원으로 올랐다. 내 옵션의 잠재 가치가 (25,000 - 2,000) x 3,000 = 6,900만 원. 숫자만 보면 흥분된다.

근데 이건 종이 위의 숫자다. 실제로 현금화하려면 회사가 상장하거나, 누가 내 주식을 사줘야 한다. 비상장 주식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있긴 한데, 거래가 잘 안 된다. "6,900만 원의 가치가 있는데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자산." 이게 스톡옵션의 현실이다.

그리고 시리즈 C에서 일이 꼬였다

3년 차에 시리즈 C를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았다. 브릿지 라운드로 6개월을 버텼는데, 기업가치가 350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주당 가치가 17,500원. 내 옵션 가치가 6,900만 원에서 4,650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때 깨달았다. 스톡옵션은 회사의 성과에 100% 연동된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시장이 안 좋으면 옵션 가치는 떨어진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내 보상이 묶여 있다는 게 불안했다.

결국 퇴사하면서 어떻게 됐냐면

3년 3개월 만에 퇴사했다. 베스팅된 옵션이 약 2,500주. 퇴사 후 90일 안에 행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행사 비용 2,500 x 2,000 = 500만 원. 거기에 세금 추정 300만 원. 총 800만 원.

800만 원을 내고 비상장 주식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고민이 길었다. 회사가 상장할 가능성은? 솔직히 50:50이라고 봤다. 결국 1,000주만 행사하고 나머지는 포기했다. 200만 원 + 세금 120만 원 = 320만 원을 쓴 셈.

그 주식이 지금 어떤 가치인지? 아직 모른다. 회사는 아직 비상장이다.

스톡옵션에 대해 알게 된 것

"스톡옵션은 복권이 아니다." 확률 높은 로또도 아니다. 베스팅 조건, 행사 비용, 세금, 유동성, 회사의 성장 가능성. 이 다섯 가지를 다 고려해야 한다. 특히 세금은 진짜 미리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스톡옵션으로 연봉을 깎는 제안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확실한 현금 vs 불확실한 미래 가치. 나는 연봉 차이가 연 500만 원이었는데, 3년이면 1,500만 원. 이 1,500만 원을 확실하게 받는 것과, 불확실한 스톡옵션 가치를 비교해야 한다.

지금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솔직히 기본 연봉을 더 높게 협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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