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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인플레이션 헷지

연봉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못 따라가는 시대, 뭘 할 수 있을까

점심값으로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2년 전 회사 근처 김치찌개가 8,000원이었다. 지금 11,000원이다. 37.5% 올랐다. 같은 기간 내 연봉 인상률은 12%. 계산할 것도 없이 구매력이 줄었다. 점심을 매일 사먹으면 월 22일 기준으로 월 식비가 176,000원에서 242,000원이 됐다. 월 66,000원, 연 792,000원이 그냥 증발한 거다.

이걸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순 없는데, 솔직히 월급쟁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싶다.

"투자하세요"라는 조언의 현실

주변에서 "주식 해", "ETF 넣어", "부동산 사" 이런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인플레이션 헷지의 교과서적 답은 자산을 사는 것이다. 현금의 가치는 떨어지니까,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으로 바꾸라는 거.

근데 여기서 빠진 전제가 있다. "투자할 돈이 있어야 한다." 월급에서 고정지출 빼고 남는 게 40~50만 원인 사람이 부동산을 산다고? S&P 500 ETF에 월 40만 원 넣으면 연 8% 수익 가정 시 10년 뒤에 약 7,300만 원. 나쁘지 않지만, 이 기간 동안 물가가 30% 오르면 실질 가치는 5,600만 원 정도다.

내가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

월급 자동이체 시스템. 월급 들어오면 당일에 50만 원이 적금으로, 20만 원이 투자 계좌로 빠진다. 남은 돈으로 한 달을 산다. "아끼고 남은 돈을 저축"이 아니라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 이 순서를 바꾼 게 가장 효과 있었다.

해외 ETF 적립식 투자. 미국 S&P 500 ETF에 월 20만 원씩 넣고 있다. 달러 자산이라 원화 약세일 때 환차익도 있다. 근데 솔직히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손해다. 환율을 예측할 수 있으면 투자 안 하고 환투기를 하겠지만,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 적립식으로 평균을 맞추는 거다.

사이드 프로젝트 수입. 이건 인플레이션 헷지라기보다 소득원 다각화다. 월 30,900원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월 평균 187,000원 정도. 많진 않지만 "0원이 아닌 부수입"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실패한 시도

암호화폐에 3개월 전 80만 원 넣었다가 52만 원이 됐다. 28만 원 손실. "인플레이션 헷지"라는 명목이었는데, 헷지가 아니라 도박이었다. 변동성이 너무 커서 월급쟁이의 심장으로 버틸 수가 없다. 매일 아침 시세 확인하느라 출근 전 30분을 날렸고, 정신 건강에도 안 좋았다.

금도 좀 샀다. 골드뱅킹으로 50만 원어치. 이건 6개월 지나서 53만 2천 원이 됐다. 수익률 6.4%. 나쁘지 않은데, 유동성이 떨어져서 급할 때 꺼내 쓰기가 좀 그렇다.

근본적인 질문

월급쟁이 인플레이션 헷지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실 "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자산 가격이 올라도 소득이 같이 올라가면 상관없으니까. 이직하거나, 연봉 협상을 세게 하거나, 부업을 하거나.

근데 이것도 한계가 있다. 연봉 협상을 "세게" 한다고 물가 상승분만큼 올려주는 회사는 거의 없다. 이직은 피로도가 있고. 부업은 시간이 필요하고.

결국 완벽한 헷지는 없다.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물가에 잠식당하는 속도를 늦추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다. 화려하지 않고 재미도 없지만, 월급 들어오자마자 자동으로 빠지는 적금 50만 원이 내가 인플레이션에 대항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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