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를 개발자가 바라본 시선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이 플랫폼 경제를 바라보는 좀 복잡한 시선
플랫폼을 만드는 쪽에서 보면
배달앱, 택시앱, 숙박앱. 우리가 매일 쓰는 플랫폼들을 개발자가 만들고 있다. 나도 커머스 플랫폼 백엔드를 2년 정도 했었다.
사실은 플랫폼 경제 비판 기사를 보면서 좀 복잡한 감정이 든다. "플랫폼이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말을 보면서, 내가 만든 코드가 그 구조의 일부라는 걸 의식하게 되니까.
수수료 구조를 코드로 보면
배달앱 수수료가 한 12~15% 정도다. 이게 높다 낮다 논란이 많은데, 개발자 시선으로 보면 이 수수료 안에 들어가는 것들이 꽤 있다.
서버 인프라 비용, 결제 시스템 수수료(PG사가 한 2.53.5% 가져간다), 추천 알고리즘 운영, 고객 서비스, 마케팅. 순이익률로 보면 플랫폼 기업들이 의외로 적자이거나 한 35%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근데 라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수수료율 자체보다 문제는 플랫폼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는 거다. 자영업자가 배달앱 없이 장사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게 진짜 문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순간부터 협상력이 0에 가까워진다.
알고리즘이 노동을 지배하는 구조
배달 라이더 배정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효율성 지표가 핵심이다. 배달 완료 시간, 고객 만족도, 주문 거부율. 이 숫자들을 최적화하면 결과적으로 라이더에게 더 빠른 배달을 강제하게 된다.
코드 한 줄이 수만 명 라이더의 노동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배정 알고리즘의 가중치를 1.2에서 1.4로 바꾸면, 라이더 평균 이동 거리가 한 8% 줄어들지만 시간 압박은 15% 늘어나는 식이다. (이런 트레이드오프를 코드 리뷰에서 논의할 때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PM이 효율성 지표를 올리라고 하면 개발자는 코드를 짜는 거다. 근데 그 코드가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걸, 개발하면서 의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플랫폼 노동자도 되어봤다
크몽에서 웹사이트 외주를 몇 건 받아봤다. 클라이언트가 별점을 매기고, 그 별점이 노출 순위에 영향을 준다. 초반에 리뷰가 없으면 일을 따기가 정말 어렵다. 가격을 시장가의 한 60%로 낮춰야 첫 프로젝트를 따올 수 있었다.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면 결국 가격이 바닥으로 수렴한다. 레드오션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다. 플랫폼은 공급자를 경쟁시키고 자기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다. 공급이 많을수록 플랫폼한테는 유리하고 공급자한테는 불리하다.
대안은 있나
프로토콜 이코노미라는 개념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중개자 없이 거래하자는 건데, 솔직히 아직은 UX가 너무 안 좋다. 일반 사용자가 쓰기엔 허들이 높다.
결국 당분간은 플랫폼 경제가 유지될 거다. 중요한 건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도록 자기만의 채널을 병행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 쉽지 실천이 어렵다.
플랫폼을 만드는 개발자로서 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알고리즘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식하면서 코드를 짜는 것 정도일까. 그것도 회사에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