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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폰, 이제 살 만한가

Galaxy Z Fold를 2개월 써본 뒤의 솔직한 평가

호기심에 질렀다

Galaxy Z Fold를 샀다. 2,097,000원. (사실은 자급제가 아니라 통신사 할부라서 매달 87,375원씩 나간다.) 주변에서 "그 돈이면 아이폰 사지"라는 반응이었다. 솔직히 나도 그 말에 좀 흔들렸는데, 호기심이 이겼다. 한 번도 안 써본 폼팩터니까.

2개월 썼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긴 한데 2,097,000원의 가치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거다.

펼치면 확실히 다르다

큰 화면의 장점은 진짜 있다. 웹 서핑할 때 데스크탑 수준의 레이아웃이 보이고, 영상은 확실히 몰입감이 크다. 근데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건 의외로 멀티태스킹이다. 화면 반은 슬랙, 반은 크롬을 띄워놓고 쓰는 게 진짜 편하다.

개발자 입장에서 좋은 건 문서를 볼 때다. API 문서를 폰에서 보면 원래 답답한데, 펼치면 거의 태블릿 수준이라 출퇴근 지하철에서 문서 읽기가 편해졌다. (2호선에서 API 문서 읽는 사람이 나뿐일 것 같긴 하다.)

근데 무겁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주머니에 넣으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이다. 바지 주머니가 늘어나는 게 신경 쓰인다. 앞주머니에 넣기엔 두껍고, 뒷주머니에 넣으면 앉을 때 불편하다.

결국 가방에 넣고 다니게 되는데, 그러면 폰의 휴대성이라는 장점이 반감된다. 이전에 쓰던 Galaxy S24가 172g이었는데, Z Fold는 239g이다. 67g 차이가 체감상 꽤 크다.

접힌 상태가 좀 불편하다

접으면 좁고 긴 화면이 된다. 이 상태에서 카톡하거나 인스타 보는 건 괜찮은데, 타이핑이 불편하다. 키보드가 좁아서 오타가 많이 난다. 결국 문자를 보낼 때도 펼쳐서 쓰게 되는데, 문자 하나 보내려고 폰을 펼치는 게 좀 거추장스럽다.

이 폼팩터의 딜레마가 여기 있다. 접으면 좁고, 펼치면 크고. 일반 스마트폰 같은 "적당한" 크기가 없다.

화면 주름은 보인다

"요즘 폴더블은 주름 안 보인다"는 말을 듣고 샀는데, 보인다. 정면에서 보면 모르는데, 각도를 틀면 중간에 홈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신경 쓰였는데 2주쯤 지나니까 익숙해졌다.

근데 익숙해진 거지 없어진 건 아니다. 가끔 다른 사람 폰을 만지면 "아 이게 평평한 화면이지" 하는 순간이 온다.

케이스 고르는 게 일이다

일반 폰은 케이스가 수백 가지인데, 폴더블은 선택지가 좁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별로 없다. 결국 삼성 정품 케이스를 샀는데 79,000원이다. 케이스가 8만 원이라니. 그리고 이 케이스가 힌지 부분을 보호하지 않는다. 힌지가 폴더블의 약점인데, 거기를 안 덮는 케이스를 왜 만드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떨어뜨린 적은 아직 없지만, 떨어뜨릴까 봐 불안하다. 209만 원짜리 물건이라서 이전 폰보다 조심스럽게 다루게 된다. 이것도 일종의 스트레스다.

배터리는 예상보다 나았다

큰 화면 = 배터리 망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일반적인 사용 패턴에서 하루는 버틴다. 근데 "하루 버틴다"가 충전 없이 24시간이라는 뜻은 아니고, 아침 8시에 100%로 시작해서 밤 11시에 17% 남는 정도다.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많이 보면 저녁에 충전기를 찾게 된다.

2개월 뒤 진짜 느낌

괜찮다. 근데 "인생이 바뀌었다"는 아니다. 큰 화면이 확실히 편한 순간이 있고, 멀티태스킹은 진짜 좋고, 문서 읽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반면에 무게, 접힌 상태의 불편함, 가격을 생각하면 일반 슬랩폰 대비 압도적인 장점은 아니다. "큰 화면이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나처럼 출퇴근에 문서를 많이 읽는 사람한테는 괜찮지만, 그냥 SNS랑 카톡만 하는 사람한테는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후회 같은 건 없다. 근데 다음 폰도 폴더블을 살 거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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