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5 min read

링크드인에서 남들과 비교하게 되는 것

동기는 FAANG 갔고, 후배는 CTO가 됐다. 내 타임라인은 왜 이렇게 화려한 사람들뿐일까.

아침에 링크드인을 열면 안 되는 이유

출근길 지하철에서 링크드인을 열었다. 첫 번째 게시물: "Excited to share that I've joined Google as a Senior Engineer!" 동기다. 대학 때 같이 과제하던 놈이다.

두 번째 게시물: "Proud to announce our Series A funding of $12M" 전 회사 후배가 CTO로 있는 스타트업이다.

세 번째 게시물: "After 5 years, I finally got my AWS Solutions Architect Professional certification!" 이건 모르는 사람인데, 연결이 추천해줬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쯤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지.

링크드인은 하이라이트 릴이다

알고 있다. 링크드인에 올라오는 건 좋은 소식뿐이다. 퇴사, 번아웃, 실패, 방황 같은 건 안 올린다. 그러니까 타임라인이 전부 성공 스토리로 채워진다.

"저 사람은 구글 갔지만 6개월간의 면접 실패와 멘탈 붕괴는 안 올렸겠지." 이런 식으로 합리화해본다. 근데 합리화와 별개로, 비교는 자동으로 된다.

5년 차 개발자인데, 동기는 FAANG에 있고, 후배는 CTO고, 나는 중소 IT 회사에서 피처 개발을 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커리어인데, 링크드인을 보면 바닥인 것 같다.

(이 비교가 의미 없다는 거 아는데, 아는 것과 느끼는 건 다르다.)

나도 올려볼까 했다

"작은 성과라도 올려보면 어때?" 하는 생각에 게시물을 작성했다.

"Refactored our authentication system, reducing login time by 340ms. Small wins matter!"

다 쓰고 게시 버튼 앞에서 멈췄다. 이게 올릴 만한 건가? 다른 사람들은 Series A를 올리는데 나는 340ms? 우스워 보이는 건 아닌가?

결국 안 올렸다. 취소 버튼을 눌렀다.

비교의 함정

비교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나는 내 전체를 알지만, 남은 하이라이트만 본다.

내 하루: 오전에 미팅 2개, 오후에 버그 3개 수정, 코드 리뷰 4건, 퇴근 후 피곤해서 넷플릭스. 이건 올릴 만한 게 아니다.

남의 하루: "Shipped a major feature that serves 1.2M users!" 이것만 보인다. 이 사람도 미팅 지옥과 버그 수정의 하루를 보냈을 텐데, 그건 안 보인다.

1,200명의 연결 중 한 명이 좋은 소식을 올려도 타임라인에 뜬다. 1,200명이 돌아가면서 올리니까 매일 좋은 소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1,199명도 나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텐데.

링크드인을 지울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근데 안 지운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채용 시장에서 링크드인이 필요하다. 리크루터 연락이 가끔 온다. 지금 당장 이직할 생각은 없지만, 창구를 닫아두기는 싫다.

둘째, 업계 동향 파악에 유용하긴 하다. 누가 어디로 이직했는지, 어떤 기술이 뜨는지, 어떤 회사가 채용을 많이 하는지.

대신 사용 패턴을 바꾸려고 한다. 아침 출근길에 안 보기. 일주일에 2번만 열기. 게시물 대신 잡 포스팅만 보기.

근데 이것도 작심삼일이 될 확률이 높다. 습관이 무섭다.

오늘 링크드인 체류 시간: 23분. 그동안 느낀 감정: 부러움 3번, 자괴감 2번, "나도 열심히 해야지" 1번. 그리고 실제 행동 변화: 없음.

이게 링크드인의 함정이다. 동기부여를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불안만 키우고 아무것도 안 변한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