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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튜브 알고리즘의 함정

유튜브로 공부하려다 3시간이 증발했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건 학습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Next.js 튜토리얼을 보려고 했을 뿐인데

일요일 오후 2시. Next.js 16 새 기능에 대한 영상을 검색했다. 20분짜리 튜토리얼을 클릭했다.

오후 5시 12분. 내가 보고 있던 영상은 "왜 나는 프로그래밍을 그만둘 뻔했는가"라는 개인 브이로그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경로를 재구성해봤다. Next.js 16 → React 서버 컴포넌트 심화 → "풀스택 개발자가 되려면" → "개발자 번아웃 극복기" → "퇴사하고 프리랜서 된 이야기" → "프로그래밍 그만둘 뻔한 이야기". 6번의 클릭으로 기술 학습에서 감성 브이로그로 이동했다.

3시간 12분 동안 영상을 7개 봤다. Next.js에 대해 새로 배운 것: 거의 없다.

알고리즘은 학습이 아니라 체류를 원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목적은 내가 뭔가를 배우게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유튜브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거다.

그래서 추천 영상이 점점 자극적으로 바뀐다. "이 기술을 안 배우면 도태됩니다" "개발자가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 5가지" "주니어 개발자가 모르는 진실". 썸네일은 놀란 표정, 제목은 불안을 자극하는 문장.

이런 영상을 보면 "나도 공부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만 커지고, 실제로 코드를 짜는 시간은 줄어든다.

(근데 이 글 쓰면서도 유튜브 탭이 열려 있다.)

기술 유튜버의 두 종류

하나는 진짜 튜토리얼을 만드는 사람. 차분하게 코드를 짜면서 설명해준다. 영상 길이가 40분1시간. 조회수는 보통 2만5만.

다른 하나는 기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빠른 편집, 강렬한 썸네일, 10분 내외. "5분 만에 알아보는 OO" 같은 제목. 조회수는 50만~100만.

후자가 알고리즘에서 더 잘 뜬다. 당연하다. 짧고, 자극적이고, 다음 영상으로의 전환이 빠르니까.

문제는 내가 전자를 보려고 유튜브를 열면, 후자가 옆에서 계속 유혹한다는 거다. "이 영상도 한번 봐봐" 하면서.

진짜 배운 건 언제였나

솔직히 돌아보면, 유튜브에서 진짜 뭔가를 배운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손에 꼽힌다.

실제로 실력이 늘었던 건 직접 코드를 짤 때, 버그를 만나서 삽질할 때, 공식 문서를 읽을 때다. 유튜브는 "아 이런 게 있구나" 수준의 인식은 줘도, "이걸 쓸 수 있다" 수준의 이해는 잘 안 준다.

20분짜리 영상 보는 것보다 공식 문서 20분 읽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튜브를 연다. 왜? 문서보다 재밌으니까. 학습보다 재미를 선택하는 뇌.

유튜브 학습을 끊어볼까

끊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튜브가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니까. 새 기술의 개요를 빠르게 파악하거나, 특정 에러의 해결법을 찾을 때는 유용하다.

다만 규칙을 세우려고 한다. "검색해서 들어간 영상만 본다. 추천 영상은 안 본다." 이거 하나만.

근데 이 규칙을 세운 게 3번째다. 첫 번째는 2주 갔다. 두 번째는 4일. 세 번째는 아직 시작 전이다.

추천 영상의 썸네일이 "이것도 모르면 주니어도 아닙니다"면 안 누를 자신이 없다. 불안을 건드리는 마케팅은 진짜 효과가 있다. 내가 그 증거다.

오늘도 유튜브 시청 시간: 2시간 47분. 그중 기술 관련: 1시간 12분. 실제로 도움이 된 것: 체감 15분 정도.

이래도 내일 또 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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