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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공부해야 해"라는 압박감

새로운 기술이 매주 나오는데, 이걸 다 따라가야 하나? 조급함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토요일 아침에 강의를 틀었다

토요일 오전 10시. 침대에서 일어나서 노트북을 켰다. Udemy 강의. "Rust로 배우는 시스템 프로그래밍". 할인해서 15,800원에 샀다. 3주 전에. 진도율 7%.

근데 틀어놓고 5분 만에 유튜브로 갔다. 그러다가 트위터 열었다가, 다시 강의로 돌아왔다가, 결국 넷플릭스를 켰다. 강의는 12분 진행됐다. 실제로 집중한 시간은 4분 정도.

이러면서 죄책감이 든다. 쉬면서도 "공부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쉬는 건데 쉬는 게 아닌 이상한 상태.

배워야 할 게 끝이 없다

개발 쪽은 진짜 끝이 없다. 새 프레임워크, 새 언어, 새 패러다임. 이번 달에만 내 "나중에 공부할 것" 목록에 추가된 것들:

  • Rust (3개월째 "나중에" 상태)
  • WebAssembly
  •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 쿠버네티스 심화
  • 최신 CSS 기능들

이 목록은 줄어드는 법이 없다. 하나를 지우면 둘이 추가된다. 히드라 같다. 그리고 이 목록을 볼 때마다 "나는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이 밀려온다.

트위터에서 동갑 개발자가 "Rust로 사이드 프로젝트 만들었다" 올린 거 보면, 축하보다 조급함이 먼저 온다. 저 사람은 언제 배운 거지. 나는 뭐 하고 있었지.

실패한 학습 시도들

지난 1년간의 실패 기록:

  1. Rust 온라인 강의 3개 구매. 완강한 것: 0개.
  2. "매일 1커밋" 챌린지. 17일 만에 포기.
  3. 기술 블로그 매주 1개 쓰기. 3주 연속 성공 후 2개월 공백.
  4. 알고리즘 스터디 가입. 4번 참석 후 잠수.

패턴이 보인다. 시작의 열정이 2~3주 가고, 그 후에 관성이 사라지면서 흐지부지된다.

(매번 "이번엔 진짜"라고 하면서.)

근데 현실적으로 다 할 수 없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모든 기술을 다 배울 수 없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 8시간 일하고, 출퇴근 1시간 반, 식사와 생활 3시간, 수면 7시간. 남는 시간이 4시간 반인데, 이 시간 전부를 공부에 쓸 수는 없다. 인간이니까. 넷플릭스도 보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고, 그냥 멍하니 있고 싶은 날도 있다.

근데 소셜 미디어를 보면 다들 공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말에 뭐 했어?" →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했어." 이러면 나만 놀고 있는 기분이 된다.

진짜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아니면 열심히 하는 모습만 올리는 걸까. 아마 후자일 거다. 근데 알면서도 비교하게 된다.

선택과 집중이 답이라는데

"모든 걸 다 하려 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해라." 맞는 말이다. 근데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Rust가 미래다, AI가 필수다, 클라우드를 모르면 안 된다. 다 맞는 말 같으니까 다 해야 할 것 같고, 다 하려니까 아무것도 깊이 못 하고.

그래서 나는 지금 뭘 잘하는지 돌아봤다. TypeScript, React, Next.js. 이거면 당장 먹고사는 데 문제없다. 근데 5년 뒤에도 그럴까?

이 질문이 불안의 핵심이다. 지금은 괜찮지만 미래가 걱정되는 거. 그리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갈아넣어야 하는 것 같은 압박.

정답을 모르겠다. 아직.

오늘도 Udemy 강의 진도율은 7%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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