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4 min read

가면 증후군을 극복한 건 아니고

나만 모르는 것 같고, 나만 부족한 것 같은 느낌. 극복이 아닌 공존에 대하여.

아는 척했다

"이번에 CQRS 패턴 적용하면 어떨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척했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서 조용히 검색했다. 읽어보니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근데 방금 회의에서 아는 척한 내가 부끄러웠다. 다들 당연히 아는 걸 나만 모르는 건가.

이 감각은 신입 때만 있는 게 아니다. 경력이 쌓여도 안 사라진다. 오히려 더 교묘해진다. 모르는 게 들키면 안 된다는 압박이 커지니까.

매번 해내면서 매번 불안하다

가면 증후군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코드 리뷰를 받을 때. "이 사람이 내 코드를 보면 실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기술 면접을 볼 때. "지금까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 이번에는 들킬 거야." 승진했을 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수로 된 거 아닐까."

매번 해내면서도 매번 불안하다. 성공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실패의 공포만 선명하다.

극복이 아니라 관리

"가면 증후군 극복법"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었다.

성취 목록을 작성하라. 긍정적 자기 대화를 하라. 비교를 멈춰라. 다 맞는 말이다. 다 해봤다. 효과가 있다. 일시적으로.

근데 깨달은 게 있다. 이건 극복하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거라는 것. 감기는 낫지만 알레르기는 관리한다. 가면 증후군은 알레르기에 가깝다. 환경이 바뀌거나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재발한다. 없앨 수 없다. 대신 반응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이걸 알고 나서도 별로 달라진 건 없긴 하다.)

"그게 정확히 뭔가요?"

지금 내가 하는 방식이 있다.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연습. 회의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더 이상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그게 정확히 뭔가요?"라고 묻는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근데 묻고 나면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다는 걸 종종 발견한다.

남과 비교하는 대신 3개월 전의 나와 비교한다. 3개월 전에 몰랐던 걸 지금은 안다. 그거면 충분하다.

완벽한 개발자는 없다. 완벽해 보이는 개발자만 있을 뿐이다. 다들 뭔가를 모르고 있고, 다들 그걸 숨기고 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도 물어봤다

오늘도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이번에는 물어봤다.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찾아봤다.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같이 모르면 되니까. 어쨌든 그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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