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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뉴스 피로감 - 다 따라가야 할까

매일 새 프레임워크가 나오고, 매주 패러다임이 바뀐다.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지는 걸까.

아침에 해커뉴스를 열었다

"X사, 새로운 JavaScript 런타임 발표." "Y 프레임워크 2.0, 기존 방식을 완전히 뒤집다." "Z 언어가 뜬다, 지금 배워야 하는 이유."

한 달에 한 번꼴로 게임체인저가 등장한다. 한 줄 요약만 읽어도 벅차다. 깊이 있게 파보려면 주말이 통째로 날아간다. 그리고 다음 달이 되면 또 새로운 게 나온다.

이 속도를 따라가는 건 마라톤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스프린트다.

"다들 이미 쓰고 있는 거 아닌가?"

기술 뉴스를 놓치면 불안하다.

"다들 이미 쓰고 있는 거 아닌가?" "이거 모르면 면접에서 떨어지는 거 아닌가?" "지금 안 배우면 영영 뒤처지는 거 아닌가?" FOMO다. 기술 분야의 FOMO는 유독 강하다. 기술이 실제로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jQuery 하다가 React를 놓친 사람이 있고, 물리 서버 관리하다가 클라우드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있다. 실제 사례가 있으니 공포가 먹힌다. 근데 모든 새 기술이 jQuery에서 React 급의 전환은 아니다.

99%의 기술 뉴스는 소음이고, 1%만 신호다. 문제는 그 1%를 가려내기 위해 100%를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 강박이다.

해커뉴스 1위를 찍고 사라진 것들

냉정하게 돌아보자.

2년 전에 화제였던 기술 중 지금도 쓰이는 게 몇 개나 될까. 해커뉴스 1위 찍었다가 조용히 사라진 프로젝트가 부지기수다. 트위터에서 열띤 논쟁을 일으킨 "새로운 패러다임"이 1년 뒤에는 아무도 언급 안 한다.

기술 트렌드에도 생존자 편향이 있다. 살아남은 것들만 기억하니까, 모든 새로운 게 살아남을 것처럼 느껴진다. 근데 대부분은 사라진다. 진짜 중요한 건 시간이 증명한다.

구경하는 거랑 이해하는 건 다르다

매일 기술 뉴스를 읽는 것과 기술을 이해하는 건 다르다.

새 프레임워크의 공식 블로그를 읽으면 아는 것 같다. 근데 실제로 프로젝트에 적용해본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헤드라인만 소비하는 건 기술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구경하는 거다. (이걸 깨닫는 데 좀 걸렸다.)

10개를 구경하는 것보다 1개를 깊이 파는 게 낫다. 하나를 제대로 알면 나머지는 비교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React를 깊이 아는 사람은 새 프레임워크가 나와도 "아, 이건 React랑 이 부분이 다르구나"라고 빠르게 파악한다. 깊이가 넓이를 만드는 거다.

내 나름의 필터

내가 세운 원칙이 있다.

뉴스는 제목만 훑는다. 깊이 읽는 건 현재 내 프로젝트에 관련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 새 기술은 6개월 뒤에 다시 본다. 6개월 뒤에도 언급되면 그때 배워도 늦지 않다. 기초에 투자한다. HTTP, 운영체제, 자료구조. 이것들은 프레임워크가 아무리 바뀌어도 안 변한다.

유행은 바뀌지만 기초는 남는다. 트렌드를 쫓는 대신 기초를 다지면 어떤 트렌드가 와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라고 믿고 싶다.

해커뉴스 탭을 닫았다

오늘도 모르는 기술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예전 같으면 불안했을 거다. 지금은 편하게 지나친다. 필요하면 그때 배울 거다.

해커뉴스 탭을 닫았다. 지금 작업 중인 코드로 돌아왔다. 이 코드에 집중하는 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기술을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다 알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 배울 수 있으면 된다. 중요한 건 학습 속도가 아니라 배움에 지치지 않는 거다.

어쨌든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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