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코딩 - 40대 개발자도 괜찮을까
개발자 35세 은퇴설이 도는 업계에서,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팀에서 제일 많다
우리 팀 개발자 여덟 명의 나이를 세어봤다.
27, 28, 29, 30, 31, 32, 33. 그리고 나, 35.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간이었는데, 어느새 맨 끝이 됐다.
채용 공고에 "젊고 역동적인 팀"이라는 문구가 보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저기서 말하는 "젊은"에 내가 포함되나? (아마 안 될 것 같다.)
35세 은퇴설이라는 것
한국 IT 업계에 암묵적인 전설이 있다.
개발자는 35세 이후 관리직으로 전환하거나 도태된다. 코딩 속도는 20대가 빠르다. 체력도 젊은 사람이 좋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도 떨어진다.
정말 그런가?
리눅스 만든 리누스 토르발즈는 50대 중반에도 코드를 쓴다. 실리콘밸리에도 40대, 50대 시니어 엔지니어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35세 은퇴설은 한국 특유의 신화다. IT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 40대 이상 개발자의 롤모델이 적었기 때문에 생긴 착시 현상이다.
근데 착시인 걸 알아도 불안한 건 불안하다.
느려졌지만 덜 고친다
코딩 속도는 20대 때가 빨랐을 수 있다.
근데 속도만으로 코드를 평가한다면, AI가 이미 우리 모두를 이겼다. 경험이 쌓이면 코드를 쓰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어떤 설계가 6개월 뒤에 문제를 일으킬지 감이 온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장애가 났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이력서에 쓰기 어렵지만, 팀에서는 무게감 있는 능력이다. 빨리 쓰는 것보다 덜 고치는 게 더 빠르다. 이 진실을 체감하려면 몇 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솔직히 체력은 줄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체력은 확실히 줄었다.
밤샘 코딩을 하면 이틀이 날아간다. 주말에 사이드 프로젝트 할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다. 새 프레임워크가 나오면 "또?"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호기심보다 피로감이 앞선다.
그리고 가끔 불안하다. 내 옆에 앉은 28살 동료가 최신 기술을 술술 말할 때, 3년 전에 멈춘 내 지식이 부끄러워질 때. 근데 그 28살도 10년 뒤에는 같은 감정을 느낄 거다.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의 속도 문제다.
성장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
20대의 성장은 수직이었다.
몰랐던 걸 배우고, 못 했던 걸 하게 되고, 기술 스택이 늘어나는 거. 측정 가능한 성장. 깃허브 잔디처럼 눈에 보이는.
30대 중반의 성장은 다르다. 넓어지는 거다.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 조직, 비즈니스를 이해하게 되는 것. 주니어한테 설명하면서 내가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코드가 아니라 시스템을 보는 것.
성장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 멈추지 않았다. 다만 이 성장은 눈에 잘 안 보여서, 스스로 의심하게 될 때가 있다. (이게 좀 외롭다.)
오늘도 코드를 쓴다
40대에도 괜찮을까.
모르겠다. 솔직히. 근데 5년 전에도 "30대에 개발자 괜찮을까" 걱정했고, 지금도 잘 하고 있다. 아마 5년 뒤에도 비슷한 걱정을 하면서 비슷하게 코드를 쓰고 있을 거다.
키보드를 친다. 오늘도 코드를 쓴다. 20대보다 느릴 수 있다. 근데 20대보다 단단하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오늘은 그렇게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