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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개발자의 불안감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 나는 언제까지 개발자로 살 수 있을까.

클로드가 내 코드보다 나은 코드를 짰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API 엔드포인트를 하나 만들어야 했다. 나는 30분 동안 설계하고, 코드를 짜고, 테스트를 돌렸다.

동료는 같은 작업을 AI 어시스턴트한테 시켰다. 5분 만에 나왔다. 그리고 솔직히, 그 코드가 내 코드보다 에러 핸들링이 더 꼼꼼했다.

그 순간 뭔가 묘한 감정이 들었다. 자존심이 상한 건지, 불안한 건지, 아니면 그냥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걸 체감한 건지. 셋 다인 것 같다.

2년 전에는 웃었다

2년 전에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기사를 보고 웃었다. "에이 설마. AI가 짠 코드 보면 웃음밖에 안 나오는데." 그때는 진짜 그랬다. 코드가 엉망이었다.

근데 지금은 안 웃긴다. AI가 짠 코드가 주니어 개발자 수준은 넘었다. 간단한 CRUD는 물론이고, 복잡한 로직도 맥락을 잘 주면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

"AI는 창의적인 일은 못 한다"고들 했다. 솔직히 내가 하는 일 중 진짜 "창의적인" 비율이 얼마나 될까. 80%는 패턴화된 작업이다. 이 80%를 AI가 한다면?

주변 분위기

개발자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두 갈래다.

"아직 멀었다" 파: "AI가 전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어? 요구사항 분석을 할 수 있어? 아직 먼 이야기야." 이 말도 맞다.

"심각하다" 파: "지금 속도면 3년 안에 주니어 채용이 확 줄 거다. 이미 일부 회사는 AI로 대체하고 있다." 이 말도 틀리지 않는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당장 내일 잘리진 않겠지만, 5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

(이 불안 자체가 에너지를 잡아먹는데,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I를 잘 쓰는 개발자가 살아남는다"고 한다. 맞는 것 같다. 근데 "AI를 잘 쓴다"는 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가 모호하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 그건 곧 범용 기술이 될 거다. 아무나 할 수 있게 될 거다.

AI가 못 하는 영역을 파는 것? 시스템 아키텍처, 비즈니스 이해, 팀 리딩. 근데 이것도 언제까지 "AI가 못 하는" 영역일지.

결국 "움직이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셈이다. 내가 적응하는 동안 AI도 발전하니까.

제일 무서운 시나리오

제일 무서운 건 "갑자기" 대체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대체되는 거다.

처음에는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AI가 쓴다. 그다음 유닛 테스트. 그다음 API 구현. 이렇게 조금씩, 내가 하는 일의 범위가 줄어드는 거다. 마치 물이 서서히 차오르듯이. 발을 담그고 있으면 온도 변화를 못 느끼는 것처럼.

그러다 어느 날 "이 일은 AI가 하면 되잖아. 이 팀에 개발자가 이만큼 필요하나?"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날이 안 오기를 바라지만, 안 올 거라는 확신은 없다.

그래도 코드를 짜야 하니까

불안해도 내일 출근하면 코드를 짠다. 아이러니하게도, AI 때문에 불안하면서 AI를 도구로 써서 코드를 짠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것뿐이다. 시스템을 이해하고, 도메인 지식을 쌓고,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의존하지 않는 선을 유지하고. 뻔한 답이지만 이 외에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5년 후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별거 아니었네" 할 수도 있고, "그때 더 준비할 걸" 할 수도 있다.

알 수 없다는 게, 제일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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