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한테 물어봐" 시대의 검색 습관
스택오버플로우 대신 AI에게 묻는 시대. 우리의 검색 습관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내가 한 말
동료가 빌드 에러로 막혀 있었다.
예전이라면 "구글에 에러 메시지 복붙해봐"라고 했을 거다. 근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GPT한테 물어봐."
그리고 깨달았다. 나도 언제부턴가 검색창 대신 채팅창을 먼저 열고 있었다는 걸. 스택오버플로우를 마지막으로 연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검색이 바뀌었다
10년 전 검색 루틴은 명확했다. 에러 발생, 구글 검색, 스택오버플로우, 답변 읽기, 복붙, 해결. 이 과정이 5분에서 30분 걸렸다.
지금은? 에러 메시지를 AI에 붙여넣으면 10초 안에 답이 나온다. 맥락까지 설명해준다. 후속 질문도 된다. "그런데 이건 왜 이런 거야?" "다른 방법은?" 편리하다. 압도적으로 편리하다.
근데 가끔 불안하다.
답은 빨리 얻지만
구글 검색의 과정에는 나름의 학습이 있었다.
에러 메시지를 분석하고, 키워드를 추출하고, 검색 결과 열 개를 훑고, 관련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답변의 신뢰도를 평가하고. 이 과정 자체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었다.
AI한테 물으면 이 과정이 다 생략된다. 답은 빨리 얻지만, 답에 이르는 길을 안 걷는다.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던 시절에는 길을 외웠다. 지금은 집 근처 길도 내비 없이 못 간다. 검색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는데, 근데 부정하기도 어렵다.)
자신 있게 틀리는 AI
더 위험한 건 AI의 답이 항상 확신에 차 있다는 거다.
틀린 답도 자신 있게 내놓는다. 존재하지 않는 라이브러리를 추천하고, 없는 API를 소개한다. 그럴듯한 코드를 내놓지만 실행하면 에러가 난다.
스택오버플로우에는 투표 시스템이 있었다. 커뮤니티가 검증한 답이 위에 올라왔다. 틀린 답에는 "이건 아닙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불완전하지만 집단 지성의 필터가 있었다.
AI에는 그 필터가 없다. 필터는 이제 오롯이 내 몫이다.
주니어들이 좀 걱정된다
솔직히 가장 걱정되는 건 주니어 세대다. 구글 검색과 스택오버플로우를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AI로 시작하는 개발자들. 삽질의 경험이 없으면 삽질 능력도 안 키워진다. AI가 답을 못 주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이건 매 세대가 다음 세대한테 했던 걱정일 수도 있다. 계산기 나왔을 때도 "수학 능력이 퇴화할 거"라고 했으니까. 그때 그 걱정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아직도 답이 안 나온 것 같다.
나름의 규칙
AI를 안 쓰자는 게 아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다.
다만 내가 정한 규칙 몇 가지가 있다. AI의 답을 곧이곧대로 복붙하지 않는다. 왜 이 답이 맞는지 한 번은 생각한다. 새로운 개념 배울 때는 공식 문서를 먼저 읽는다. AI가 준 코드는 반드시 이해한 뒤에 쓴다.
귀찮다. 근데 이 귀찮음이 내 실력과 AI 실력 사이에 최소한의 간격을 유지시켜 준다. 그 간격이 사라지면 나는 그냥 AI의 복붙 머신이 되는 거고.
"GPT한테 물어봐"는 이제 자연스러운 말이 됐다. 다만 물어보기 전에 내가 뭘 모르는지는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게 좀 중요한 것 같다.
어쨌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