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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발자들은 블로그를 시작하고 멈출까

열정적으로 시작한 기술 블로그가 서너 달 만에 멈추는 이유. 우리는 왜 쓰다 말까.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개발자 블로그의 첫 글은 대부분 비슷하다.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또는 "기술 블로그 개설기". 티스토리든 벨로그든 깃허브 페이지든, 플랫폼 고르고 테마 설정하는 데만 이틀을 쓴다. 첫 글을 올리면 뿌듯하다. 두 번째, 세 번째까지는 기세가 좋다.

그리고 네 번째 글쯤에서 조용히 멈춘다.

벨로그 트렌딩을 보면 프로필 눌렀을 때 마지막 글이 몇 달 전인 사람이 꽤 많다. GitHub 잔디는 빼곡한데 블로그는 텅 비어 있다. 코드는 매일 쓰면서 글은 왜 못 쓸까. 둘 다 텍스트를 치는 건데.

이유는 단순하다. 코드는 결과가 바로 보이지만, 글은 아무도 안 읽어도 티가 안 난다. 배포를 누르면 서비스가 돌아간다. 글을 올리면? 조회수 3. 그중 하나는 나.

임시저장의 무덤

개발자는 직업적으로 완벽주의에 가깝다. 컴파일 에러 하나, 린트 경고 하나도 못 참는 사람들이다.

이게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이 정도 내용은 다른 사람이 이미 더 잘 정리해놨을 텐데." "기술적으로 틀리면 어쩌지." "좀 더 깊이 있게 써야 하는데." 그렇게 임시저장함에 미완성 글이 쌓인다. 발행 버튼은 점점 멀어진다.

코드에서는 "일단 배포하고 개선하자"고 하면서, 글에는 "완벽해지면 올리자"고 하는 아이러니. (이걸 깨닫고도 못 고치는 게 함정이다.)

6개월 전의 나에게

문제는 독자 설정이다.

"다른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생긴다. 공식 문서보다 잘 써야 하나? 유명 블로거보다 깊이가 있어야 하나?

"6개월 전의 나에게 쓴다"고 생각하면 좀 편해진다. 6개월 전의 나는 이 개념을 몰랐다. 삽질을 했다. 그때의 내가 읽었으면 도움 됐을 글. 그거면 된다.

조회수 3이어도 괜찮다. 그중 한 명이 미래의 나일 수 있으니까.

매주 한 편이라는 무게

글쓰기 습관은 운동 습관이랑 비슷하다.

"매주 한 편"은 "매일 헬스장"만큼 지키기 어렵다. 처음 한 달은 열정으로 버티고, 두 번째 달은 의지로 버틴다. 세 번째 달에 한 번 빠지면, 네 번째 달은 통째로 날아간다.

비결이 있다면 목표를 낮추는 거다. 매주가 아니라 한 달에 한 편. 1,000자짜리 대작이 아니라 300자짜리 메모. 쓰는 행위 자체를 유지하는 게 내용보다 중요하다.

근데 이 말을 하면서도 나도 못 지키고 있다. 임시저장에 글 다섯 개가 묵혀 있다.

발행 버튼

이 글을 쓰는 나도 사실 한동안 멈춰 있었다.

어느 것도 마음에 안 들어서. 근데 오늘 깨달은 건, 마음에 드는 글을 쓰려면 마음에 안 드는 글을 먼저 써야 한다는 거. 완벽한 글은 없다. 발행된 글만 있을 뿐이다.

오늘 발행 버튼을 누른다. 조회수 3이어도 좋다.

어쨌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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