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코딩 안 하면 불안한 마음
토요일 오후,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데 왜 이렇게 찜찜할까. 개발자의 휴식 죄책감.
소파에서 두 시간째
토요일 오후,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두 시간째.
나쁘지 않다. 편하다. 근데 머릿속 한구석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사이드 프로젝트 할 수 있잖아." "이번 주에 배우려던 기술 아직 안 봤잖아." "깃허브 잔디가 비어가고 있잖아."
리모컨을 내려놓는다. 죄책감이 올라온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죄책감. 쉬고 있는데 왜 쉬는 게 불편할까.
1일 1커밋이라는 압력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다.
"1일 1커밋." "매일 TIL 작성." "주말에 사이드 프로젝트." "빈 시간에 알고리즘 문제 풀기." 이것들은 조언의 형태를 띠지만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의무처럼 느껴진다.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다. 다들 하는데 나만 안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다들 하고 있을까? 소셜미디어에는 주말에도 코딩하는 사람만 보인다. 근데 그건 소셜미디어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소파에 누워서 넷플릭스 보는 사람은 그걸 안 올린다.
보이는 건 달리는 사람뿐이지만, 쉬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이걸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잘 안 따라온다.)
쉬어야 뇌가 정리된다
근육은 운동할 때 자라는 게 아니다. 쉴 때 자란다. 운동 중에 근섬유가 손상되고, 휴식 중에 회복되면서 더 강해진다.
뇌도 비슷하다. 새로운 정보를 학습한 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있어야 기억이 장기 저장소로 넘어간다. 주중 5일 동안 뇌를 풀가동했다. 주말에 또 코드를 쓰면 뇌는 정리할 시간을 못 갖는다.
월요일에 느끼는 피로감이 단순한 체력 부족이 아니라, 정리 안 된 정보의 과적일 수 있다.
이 죄책감은 어디서 오나
비교. 남들이 성장하는 동안 나만 가만히 있는 것 같은 불안.
불확실한 미래. 이 업계가 빠르게 변하니까, 멈추면 도태될 것 같은 공포.
자기 가치의 기준. "생산적인 나"와 "쉬고 있는 나" 중 전자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습관.
근데 쉬는 것도 생산적일 수 있다. 아니, 쉬는 것이 다음 생산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배터리를 충전 안 하면 결국 방전된다. 번아웃은 쉬지 않은 사람한테 온다.
토요일은 코딩 금지
나는 이런 규칙을 만들었다.
토요일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날. 코딩 금지. 기술 뉴스 금지. 깃허브 금지. 넷플릭스, 산책, 낮잠, 게임, 뭐든 좋다. 이날은 생산적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한 달쯤 지나니 적응됐다. 두 달쯤 지나니까 토요일을 쉬고 난 일요일과 월요일의 상태가 확실히 좋아졌다. 코드가 더 잘 보인다. 생각이 더 선명하다.
죄책감이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그 죄책감을 무시하는 데 익숙해졌다.
리모컨을 안 내려놓았다
소파에 다시 누웠다. 리모컨을 집었다.
깃허브 잔디에 빈칸이 생길 거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다음 주에 하겠지. 배우려던 기술은 평일 점심시간에 보면 된다.
오늘은 쉰다. 그리고 그건 태만이 아니라 전략이다. 라고 스스로한테 말해본다.
넷플릭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죄책감은 오늘도 왔지만, 리모컨을 내려놓지 않았다.
작은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