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6 min read

독성 있는 팀에서 일한 경험

2년 차에 겪은 6개월간의 팀 경험과 그때 배운 것들

일요일 밤이 무서웠다

2년 차 때 이직을 했다. 연봉이 15% 올랐고 회사 이름도 더 컸다. 면접 때 분위기가 좋아서 기대하고 들어갔다.

3주 차부터 이상했다. 일요일 밤이 되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출근 전날 잠이 잘 안 왔다. "내일 또 저 사람을 만나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떤 팀이었나

구체적인 회사나 사람을 특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상황은 이렇다.

팀 리드가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했다. 코드 한 줄까지 리뷰하는 게 아니라, 커밋 시간을 체크했다. "어제 커밋이 오후 3시 이후에 없는데 뭐 했어?" 이런 질문이 슬랙으로 왔다. 공개 채널에서.

코드 리뷰가 피드백이 아니라 비난이었다. "이건 왜 이렇게 짰어? 기본이 안 돼 있는 거 아냐?" 같은 코멘트가 PR에 달렸다. 기술적인 대안 제시 없이 인격적인 표현이 섞여 있었다.

팀원들끼리도 서로를 탓하는 문화가 있었다. 배포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이거 짰어?"부터 나온다. 원인을 찾는 게 아니라 범인을 찾는 거다.

처음에는 내 탓인 줄 알았다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이런 피드백을 받는 거겠지." 2년 차니까. 경험이 부족하니까.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코드를 봤다.

근데 3개월이 지나니까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팀원도 같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5명 중에 3명이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나중에 퇴사하고 나서 다른 팀원한테 들은 건데, 내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2명이 그 팀에서 나갔다고 한다.)

6개월을 버텼다

왜 바로 안 나왔냐면. 첫째, "너무 빨리 나가면 이력서에 안 좋다"는 생각. 2년 차에 6개월 만에 퇴사하면 다음 면접에서 물어볼 거 아닌가. 둘째, "내가 더 잘하면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헛된 기대. 셋째, 체력적으로 이직 준비를 할 에너지가 없었다. 퇴근하면 녹초였다.

6개월 동안 배운 건 기술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게 더 많았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 일요일 밤마다 불안한 건 정상이 아니다.

나온 뒤에 달라진 것

6개월 뒤에 이직했다. 새 팀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코드 리뷰에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이 달리고, 배포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면 다음에 안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를 먼저 이야기했다.

첫 주에 팀 리드가 내 PR에 "좋은 접근이네요, 여기 한 가지만 수정하면 좋겠습니다" 라고 달았을 때, 솔직히 좀 놀랐다. 이게 정상인 건데, 비정상에 적응되어 있었으니까.

지금 돌아보면

그 6개월이 완전히 무의미했던 건 아니다. 솔직히 인정하기 싫지만 코드 퀄리티는 올라갔다. 꼼꼼하게 보는 습관이 생겼으니까. (공포에 의한 학습이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좋은 팀"이 어떤 건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 경험 안 했으면 몰랐을 거다. 지금 팀이 얼마나 좋은 환경인지 매일 느낀다. 비교 대상이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빨리 나가라"고 말하고 싶다. 근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경제적인 이유, 경력 걱정, 에너지 부족. 다 맞다.

하나만 말하면. 기록을 해두라는 거다. 날짜와 함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게 나중에 "내가 과민하게 반응한 건 아닐까"라는 자기 의심을 막아준다. 그리고 이직 면접에서 "왜 나왔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그때 기록을 안 해서 기억이 흐릿하다. 감정은 남아 있는데 구체적인 사건이 잘 안 떠오른다. 기록했으면 좋았을 텐데.

3년 전 일인데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특히 새 팀에서 편하게 코드 리뷰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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