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경험
발표 제안서부터 무대에서 머리가 하얘진 순간까지, 전부 기록한다
발표 지원서를 냈다
작년 FEConf에 발표 지원서를 냈다. 주제는 "프론트엔드 성능 최적화 삽질기". 솔직히 떨어질 줄 알고 냈다. 경험도 부족하고, 발표 경력도 없고, 유명 개발자도 아니니까. 2주 뒤에 선정 메일이 왔을 때 기쁜 것보다 무서운 게 먼저였다.
(지원서 낸 걸 후회한 게 한 17번쯤 된다.)
준비 기간: 6주의 고통
슬라이드를 만드는 데만 3주가 걸렸다. 첫 번째 버전은 60장이었다. 너무 길다고 해서 35장으로 줄였다. 내용을 뺄 때마다 "이것도 중요한데..."라는 미련이 남았다. 근데 줄이니까 오히려 핵심이 선명해졌다.
리허설을 혼자 8번 했다. 거울 앞에서, 카메라 앞에서, 동료 앞에서. 첫 리허설은 38분이 걸렸다. 발표 시간은 25분. 13분을 더 줄여야 했다. 가장 어려운 건 시간 맞추기였다. 내용은 빼기 싫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당일: 머리가 하얘졌다
발표장에 도착했을 때 관객이 약 200명이었다. 무대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첫 문장을 말하려는데 머리가 하얘졌다. 3초 정도 침묵이 있었다. 관객 입장에서는 길지 않았겠지만, 무대 위에서의 3초는 3분 같았다.
다행히 첫 문장만 넘기니까 그 뒤로는 흘러갔다. 준비한 내용이 입에서 자동으로 나왔다. 리허설을 많이 한 게 살렸다.
실수가 있었다
중간에 라이브 데모를 했는데, 예상대로 안 됐다. 개발 서버가 로딩되는 데 시간이 걸려서 10초간 빈 화면이 떴다. "잠시만요, 네트워크가 좀 느리네요"라고 웃으면서 넘겼는데, 속으로는 식은땀이 줄줄이었다. 다음부터는 데모 영상을 미리 녹화해두기로 했다.
슬라이드 오타도 발견했다. 발표 중에 "asynce"라고 쓰인 걸 보고 살짝 당황했다. 근데 관객은 별로 신경 안 쓰더라. 발표자만 신경 쓰는 것들이 있다.
관객 반응
발표 후 Q&A에서 질문이 3개 들어왔다. 예상했던 질문도 있었고, 예상 못한 질문도 있었다. 모르는 건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찾아보고 블로그에 정리해볼게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게 어색했지만, 아는 척하다가 틀리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트위터에서 반응이 조금 있었다. "실무 경험 기반이라 공감됐다"는 코멘트가 제일 기뻤다.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한 명이 "내용이 좀 얕다"고 써서 좀 상처받았다. 근데 돌이켜보면 맞는 말이었다. 깊이를 더 파야 한다.
(그 코멘트 3번은 읽은 것 같다. 안 보면 되는데 자꾸 보게 된다.)
발표 후 달라진 것
이력서에 한 줄 추가됐다. 근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다. 발표 전에는 컨퍼런스 스피커를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누구나 할 수 있다. 준비만 충분히 하면.
다음에 또 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면, 있다. 근데 또 긴장될 건 확실하다. 발표가 편해지는 날은 안 올 것 같고, 긴장하면서도 하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