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의 함정과 진실
스톡옵션이 대박이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행사해본 사람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
스톡옵션, 로또 같은 거 아닌가
스타트업 면접에서 스톡옵션 얘기가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인다. "저희 회사 주당 가치가 지금 3만 원인데, IPO 하면 대략 15만 원 정도 될 겁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간다. 1만 주면 1억 2천... (이런 계산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근데 7년 동안 스타트업 세 군데를 거치면서 느낀 건, 스톡옵션으로 실제 돈을 본 사람이 주변에 거의 없다는 거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한국 스타트업 중 IPO까지 가는 비율이 한 1.3% 정도다. M&A로 회수되는 경우를 포함해도 5%가 안 된다. 나머지 95%는 스톡옵션이 그냥 종이 쪼가리로 끝난다.
사실은 IPO까지 간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행사 시점에 세금이 붙는다. 행사가와 시가의 차이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세율이 한 38~42%까지 올라간다. 1억 차익이 나도 손에 쥐는 건 5,800만 원 정도.
거기다 보호예수 기간이 있다. IPO 직후에 못 파는 기간이 보통 6개월에서 1년이다. 그 사이에 주가가 반토막 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2024년에 상장한 IT 기업 중 한 43%가 상장 후 6개월 내 공모가 밑으로 내려갔다.)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
첫 번째 스타트업에서 2년 반 일하고 스톡옵션 5,000주를 받았다. 행사가 주당 1만 원. 회사가 잘 됐으면 대박이었겠지만, 시리즈 B 이후로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결국 구조조정을 거쳐 매각됐다. 매각 금액이 투자금보다 낮아서 보통주 가치가 0원이 됐다.
우선주가 먼저 회수되는 구조를 그때 처음 알았다. 라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걸 사전에 설명해주는 스타트업이 거의 없다.
베스팅 스케줄이라는 족쇄
대부분 4년 베스팅에 1년 클리프다. 1년 안에 나가면 0주. 1년 지나면 25%, 이후 매달 조금씩 추가된다.
근데 이게 함정인 게, 회사 상황이 안 좋아져도 "스톡옵션 때문에 좀 더 버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매몰 비용 오류다. 2년 반 채웠으니까 나머지 1년 반도 채우자, 이런 심리. 그 1년 반 동안 커리어에 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는데도.
솔직히 나도 그랬다. 두 번째 회사에서 1년 8개월째 되는 시점에 더 좋은 오퍼를 받았는데, 스톡옵션 베스팅이 아까워서 4개월 더 버텼다. 결국 그 스톡옵션은 행사하지 못했다.
그래도 스톡옵션을 받아야 할 때
전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조건이 맞으면 괜찮은 보상이 될 수 있다.
시리즈 C 이상이면서 매출이 실제로 나고 있고, IPO 타임라인이 구체적인 회사라면 고려할 만하다. 행사가가 현재 공정가치 대비 충분히 낮은지, 베스팅 후 바로 행사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근데 가장 중요한 건, 스톡옵션을 연봉의 대체재로 보면 안 된다는 거다. "연봉은 좀 낮지만 스톡옵션이 있으니까요"라는 말에 넘어가면 안 된다. 현금 보상이 충분한 상태에서 스톡옵션은 보너스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결국 현금이 왕이다
스톡옵션 가치를 0원으로 놓고 연봉 비교를 해봐야 한다. 그래도 그 회사가 매력적이면 가는 거고, 스톡옵션 빼면 별로면 안 가는 거다.
주변에 스톡옵션으로 진짜 큰돈 번 사람이 대략 2명 있는데, 둘 다 초기 멤버로 7년 이상 버틴 경우다. 나머지는 전부 의미 없는 숫자로 끝났다. 확률을 냉정하게 보면 그렇다는 얘기인데, 그래도 다음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 제안 오면 또 흔들릴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