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6 min read

디지털 대청소를 해봤다

메일 23,847개, 앱 127개, 구독 서비스 14개를 정리한 주말

이메일 수신함에 23,847개

어느 날 Gmail 수신함을 봤더니 읽지 않은 메일이 23,847개였다. 대부분 뉴스레터, 쇼핑몰 프로모션, 서비스 알림. 중요한 메일은 이 바다에 파묻혀 있었다. 지난달에 세금 관련 중요 메일을 못 봐서 납부 기한을 3일 넘긴 적이 있다. 가산세 14,200원을 냈다. (이 14,200원이 디지털 대청소의 트리거였다.)

주말 이틀을 잡아서 디지털 라이프를 전부 정리하기로 했다.

토요일 오전: 이메일 정리

먼저 구독 해제부터. Gmail에서 "unsubscribe"로 검색하면 구독 해제 링크가 있는 메일이 전부 나온다. 이걸 하나씩 클릭해서 해제했다. 총 67개의 뉴스레터와 마케팅 메일을 구독 해제했다. 이 작업에 1시간 40분이 걸렸다.

근데 구독 해제를 해도 메일이 오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은 필터를 만들어서 자동 삭제되게 했다. 그리고 남은 23,000여 개의 메일을 전부 선택해서 "읽음" 표시를 했다. 그냥 0으로 만들었다. 이전 메일 중에 중요한 게 있으면 어떡하냐고? 23,847개 사이에서 못 찾은 건 이미 놓친 거다.

토요일 오후: 앱 정리

폰에 깔린 앱이 127개였다. 한 달 이내에 한 번이라도 열어본 앱이 몇 개인지 세어봤다. 34개. 나머지 93개는 깔려만 있고 안 쓰는 앱이다.

93개를 전부 삭제했다. 삭제하면서 "나중에 쓸 수도 있는데..." 하는 미련이 있었다. 근데 앱스토어에서 다시 받으면 되니까 삭제에 대한 비용이 거의 없다. 5분이면 다시 깔 수 있는 걸 혹시 몰라서 남겨두는 건 비합리적이다.

삭제 후 폰 저장 공간이 18.3GB 늘었다. 그리고 앱 서랍을 열었을 때 시각적 노이즈가 확 줄어서 원하는 앱을 찾기가 훨씬 쉬워졌다.

일요일 오전: 구독 서비스 정리

카드 내역을 뒤져서 매월 자동 결제되는 서비스를 전부 리스트업했다. 14개였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스포티파이, iCloud, ChatGPT Plus, GitHub Copilot, 노션, 피그마, 1Password, Adobe Creative Cloud, 쿠팡 로켓와우,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월 합계가 187,400원이었다. 이건 좀 충격이었다. 한 달에 19만 원 가까이가 구독료로 나가고 있었다.

하나씩 따져봤다. 밀리의 서재는 3개월 동안 책을 1권도 안 읽었다. 해지. 리디셀렉트도 마찬가지. 해지. Adobe Creative Cloud는 가끔 포토샵을 쓰는데, 연 264,000원은 너무 비싸다. Photopea(무료 웹앱)로 대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네이버 쇼핑을 거의 안 해서 해지.

4개를 해지하니 월 구독료가 187,400원에서 143,200원으로 줄었다. 월 44,200원 절약.

일요일 오후: 클라우드 스토리지 정리

구글 드라이브에 파일이 4,732개 있었다. 이중 절반 이상이 학생 때 만든 과제 파일이다. 2018년 운영체제 수업 과제를 아직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2020년 이전 파일을 전부 로컬 하드에 백업하고 드라이브에서 삭제했다.

사진도 정리했다. 구글 포토에 스크린샷이 3,800장 넘게 있었다. 택배 송장 캡처, 와이파이 비밀번호 캡처, 카카오톡 캡처. 전부 그때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닌 것들. 일괄 삭제.

그래서 달라진 게 있나

솔직히 극적인 변화는 없다. 근데 소소하게 편해진 게 있다. 이메일 수신함이 깨끗하니까 중요한 메일을 놓칠 확률이 줄었다. 폰을 열었을 때 불필요한 앱이 눈에 안 들어오니까 의도한 앱만 열게 된다. 월 44,200원이 절약되고.

가장 큰 변화는 심리적인 거다. 디지털 공간이 정리되니까 머릿속도 좀 정리된 느낌이다. 이게 플라시보일 수도 있다. 근데 플라시보라도 기분이 좋으면 된 거 아닌가.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