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6 min read

구조조정을 겪고 나서 배운 것들

회사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될 뻔한 경험과 그 이후 달라진 것들

회의실로 불려간 사람들

화요일 오전 10시. 슬랙 DM이 왔다. "10시 30분에 3층 회의실로 와줄 수 있어?" HR 매니저한테. 심장이 내려앉았다. 전날부터 "구조조정이 있을 거다"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거든.

회의실에 갔더니 나 포함 8명이 앉아 있었다. HR 매니저가 "여러분은 조직 개편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안도보다 죄책감이 먼저 왔다. 같은 팀에서 3명이 나갔다. 어제까지 같이 PR 리뷰를 하던 사람들이. (그중 한 명은 입사 4개월째였다.)

살아남은 사람도 힘들다

구조조정 후 2주가 가장 힘들었다. 남은 사람들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 "왜 나는 살았고 그 사람은 잘렸지?"라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었다. 근데 아무도 입 밖에 안 냈다.

업무량이 1.5배가 됐다. 6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하게 됐으니까 당연하다. 한 달 동안 매일 9시까지 야근했다. 경영진은 "효율화"라는 단어를 쓰지만, 현장에서는 그냥 "사람이 모자라다"였다.

가장 힘든 건 동기부여가 사라진다는 거다. "열심히 해도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으면 몰입이 안 된다. 코드를 짜면서도 "이거 3개월 뒤에 누가 유지보수하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3개월 뒤에 깨달은 것들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가 됐다. 구조조정에서 배운 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고용 안정성은 관계가 없다. 잘린 3명 중 한 명은 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시니어였다. 연차가 높으면 안전하다는 건 착각이다. 구조조정 기준은 "누가 열심히 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프로젝트가 살아남는가"다.

둘째, 비상금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그때 비상금이 3개월치 생활비밖에 없었다. 잘렸으면 3개월 안에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이후로 비상금을 6개월치로 늘렸다. 월 생활비 280만 원 기준으로 1,680만 원. 이게 있으면 갑자기 잘려도 조급하지 않게 구직할 수 있다.

셋째, 사이드 프로젝트가 보험이 된다. 구조조정 이후에 개인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시작했다. 수입이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포트폴리오에 넣을 수 있는 걸 만들어두면 이직할 때 확실히 유리하다.

잘린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

3명 중 2명은 3개월 안에 이직했다. 한 명은 오히려 연봉이 올라갔다. 구조조정이 반드시 커리어에 마이너스는 아니라는 걸 그때 배웠다. 나머지 1명은 6개월 동안 쉬면서 번아웃을 회복한 뒤에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잘린 당사자들이 하나같이 한 말이 있다. "미리 준비할 걸." 이력서를 미리 업데이트해두지 않으면 갑자기 구직 모드에 들어갔을 때 당황스럽다고. 현재 이직 의사가 없어도 이력서는 6개월마다 업데이트하는 게 좋다.

지금 회사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아무 회사도 안전하지 않다. 대기업도 구조조정을 하고, 잘 나가던 스타트업도 하루아침에 피봇한다. 이걸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비상금 쌓고, 이력서 업데이트하고, 네트워크 유지하는 것.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구조조정을 겪어본 사람이 진짜 하는 "대비"다. 나는 이걸 뼈아프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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