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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앱 3개 비교 사용 후기

뱅크샐러드, 토스, 엑셀 가계부를 3개월 동시에 써보고 비교한 후기

월급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어서

매달 25일에 월급이 들어오고, 다음 달 15일쯤 되면 통장에 별로 안 남아있다. 고정 지출을 빼면 가변 지출이 월 130만 원 정도인데, 이게 뭐에 쓰이는지 체감이 안 됐다. (한 달에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가계부를 쓰기로 했다. 근데 앱이 너무 많아서 뭘 써야 할지 모르겠길래, 세 개를 동시에 3개월 돌려봤다.

뱅크샐러드: 자동이라 편한데 분류가 문제

뱅크샐러드의 장점은 자동 연동이다. 카드 결제하면 알아서 기록된다. 내가 할 일이 거의 없다. 3개월 동안 수동으로 입력한 건 현금 결제 11건뿐.

근데 자동 분류가 정확하지 않다.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이 "식비"가 아니라 "쇼핑"으로 잡히고, 카페에서 점심을 먹은 게 "카페/간식"으로 잡힌다. 수동으로 분류를 바꿔줘야 하는 비율이 체감상 30% 정도. 자동인데 30%를 수정해야 하면 반자동이지 자동이 아니다.

월 지출 리포트는 보기 좋다. 카테고리별 파이 차트, 전월 대비 증감. 근데 너무 뻔한 정보만 보여줘서 "아, 이번 달 식비가 많았구나" 수준. 깊은 인사이트는 없다.

토스: 깔끔한데 기능이 부족하다

토스의 소비 내역 기능은 뱅크샐러드보다 UI가 깔끔하다. 타임라인으로 보여주는 게 직관적이다. 근데 카테고리 커스터마이징이 안 된다. 내가 원하는 분류 체계로 바꿀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자기계발"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싶은데 없다. 책 구매는 "쇼핑"으로, 온라인 강의는 "교육"으로 잡히는데, 이걸 하나로 묶을 수가 없다.

3개월 동안 써보니까 토스는 "간편 조회"에 가깝다. 진지하게 지출을 분석하려면 부족하다.

엑셀 가계부: 귀찮은데 제일 정확하다

구글 시트에 템플릿을 만들었다. 날짜, 금액, 카테고리, 메모. 매일 저녁에 5분씩 입력했다. (정확히는 5분 아니고 7~8분 걸렸다.)

처음 2주는 매일 빠짐없이 했다. 3주차부터 이틀에 한 번으로 빈도가 떨어졌다. 한 달 지나니까 4~5일 치를 몰아서 입력하게 됐다. 기억이 안 나는 지출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8,400원이 뭐였지?" 영수증을 찾아보고.

근데 데이터의 정확도는 가장 높았다. 내가 직접 분류하니까 오분류가 없다. 피벗 테이블로 원하는 분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요일별 지출 패턴, 시간대별 지출, 특정 가게 총 지출 같은 것들.

3개월 데이터에서 발견한 것

세 앱의 데이터를 종합해봤다. (같은 기간 같은 지출인데 앱마다 총액이 다른 것부터 좀 웃겼다. 뱅크샐러드 387만 원, 토스 391만 원, 엑셀 394만 원. 현금 결제 포함 여부 차이.)

충격적이었던 건 커피 지출이다. 월 평균 127,300원. 하루에 커피를 1.8잔 마시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은 편의점 캔커피인데, "커피를 안 마시면 월 12만 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근데 커피를 끊을 자신은 없다.

배달 음식이 월 평균 234,000원. 주 1.7회 시켜 먹는 셈인데, 체감보다 많았다. 자취생의 함정.

결국 뭘 쓰기로 했냐면

뱅크샐러드를 메인으로 쓰되, 분기에 한 번 엑셀로 깊이 분석하기로 했다. 토스는 탈락. 매일 가계부를 쓰는 건 현실적으로 3개월 이상 못 버틴다는 걸 알았으니까, 자동화된 도구에 기대는 게 낫다.

아, 그리고 커피 지출은 줄이기로... 했는데 아직 못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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