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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허슬과 번아웃 사이

퇴근 후 사이드 프로젝트를 1년간 하면서 번아웃을 두 번 겪은 이야기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

작년 1월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개발자 포트폴리오 빌더. "30분 만에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들어준다"는 컨셉. 퇴근 후에 하루 2시간씩 코딩했다. 주말에는 5시간. 한 달 만에 MVP를 만들었다.

처음 한 달은 진짜 재밌었다.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기술을 마음대로 써볼 수 있다는 것. 직접 기획하고, 직접 디자인하고, 직접 배포하는 자유. 월급 외에 수익이 생길 수도 있다는 기대감.

3개월 차에 첫 번째 번아웃이 왔다

사용자가 47명까지 늘었을 때. 버그 리포트가 매일 3~4개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먼저 이슈 트래커를 확인했다. 버그를 고치다 보면 새벽 1시. 다음 날 아침에 피곤한 상태로 출근. 회사 업무 집중이 안 됐다. (코드 리뷰에서 실수를 3번 연속 지적받은 날이 있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두통이 일주일째 안 사라졌다. 일요일 오후에 노트북을 열기 싫다는 감정이 강하게 왔다. "이게 재미로 시작한 건데 왜 이렇게 괴롭지?" 그때 처음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2주간 완전히 멈췄다.

2주 쉬고 나서 규칙을 만들었다

규칙 1: 평일에는 1시간만. 절대 넘기지 않는다. 규칙 2: 일요일은 쉰다. 코드를 열지도 않는다. 규칙 3: 버그 리포트는 24시간 안에 답변만 하고, 수정은 주말로 미룬다.

이 규칙으로 4개월을 더 버텼다. 사용자가 183명까지 늘었고, 유료 구독을 도입해서 월 12만 원 정도 수익이 났다. (12만 원.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최저시급 이하다.)

7개월 차에 두 번째 번아웃

이번에는 동기 부여의 문제였다. 월 12만 원으로는 시간 투자 대비 가치가 안 느껴졌다. 사용자 183명 중 유료는 7명. 97%가 무료 사용자. 새 기능을 만들어도 반응이 별로 없었다. GitHub 스타 34개. (34개가 많은 건가 적은 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매일 머리에 맴돌았다. 돈? 아니, 12만 원으로는 안 된다. 재미? 처음의 재미는 이미 사라졌다. 이력서? 솔직히 사용자 183명짜리 서비스가 이력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결국 멈추지는 않았다, 근데 방향을 바꿨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목적을 재정의했다. "돈을 벌자"에서 "기술을 실험하자"로. 새로운 기술을 프로덕션 환경에서 테스트하는 놀이터로 쓰기로 했다. React Server Components를 실험하고, Edge Runtime을 적용해보고, AI 기능을 붙여보고.

수익을 기대하지 않으니까 압박이 줄었다. 사용자 수에 연연하지 않으니까 버그 리포트에도 덜 스트레스받았다.

배운 것 하나

사이드 허슬은 "열정"으로는 오래 못 간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간 제한, 명확한 목적, 쉬는 날. 이 세 개가 없으면 3개월 안에 번아웃이 온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지금은 주 5시간만 사이드 프로젝트에 쓴다. 수익은 여전히 월 12만 원이다. 근데 이제 이 12만 원이 "성과"가 아니라 "부산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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