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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로 이사한 후 달라진 것들

출퇴근 1시간 40분에서 15분으로 줄이고 3개월 뒤에 느낀 것들

매일 3시간 20분을 지하철에서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편도 1시간 40분. 환승 2번. 왕복 3시간 20분. 1년이면 약 800시간. 800시간이면 무언가를 진지하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근데 실제로는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잠을 잤다. (800시간의 유튜브. 생각하면 좀 끔찍하다.)

9월에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서 결심했다. 회사 근처로 간다.

월세가 40만 원 올랐다

이전 집은 노원구 전세 2억 3천. 회사 근처 강남 원룸 월세는 보증금 3천에 월 95만 원. 전세 이자가 월 55만 원이었으니까, 실질적으로 월 40만 원이 추가로 나간다. 1년이면 480만 원. 이게 출퇴근 시간 800시간의 가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당 6,000원. (이런 식으로 합리화하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방은 확실히 작아졌다. 23평에서 7평으로. 짐의 절반을 버렸다. 안 입는 옷, 안 보는 책, 이유 없이 가지고 있던 잡동사니. 이사하면서 물건 43개를 중고로 팔았다. 총 수익 187,400원. (이거 파는 데 하루 반 걸렸으니까 시급으로 치면...)

아침이 달라졌다

7시 50분에 일어나도 9시 출근에 여유가 있다. 예전에는 7시에 일어나서 허겁지겁 나갔다. 그 50분의 차이가 삶의 질을 확 바꿨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 마시고, 뉴스를 좀 보고, 걸어서 출근한다. 걸어서 15분.

근데 의외의 부작용이 있다. 회사가 가까우니까 "조금만 더 자도 돼"라는 생각에 야금야금 늦게 자게 됐다. 수면 시간이 오히려 줄었다. 출퇴근 시간은 줄었는데 수면 시간도 줄은 건 좀 아이러니하다.

퇴근 후 시간이 생겼다

이전에는 퇴근하면 집에 도착하는 게 8시 반. 샤워하고 밥 먹으면 9시 반. 그때부터 뭘 하기엔 이미 지쳐있었다. 지금은 퇴근 후 집에 6시 반에 도착한다. 2시간이 생겼다.

이 2시간으로 뭘 했냐고? 처음 한 달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다. 두 번째 달부터는 넷플릭스를 봤다. (결국 이렇게 된다.) 근데 세 번째 달에 동네 헬스장을 등록했다. 주 3회 운동을 하고 있다. 이건 출퇴근이 짧지 않았으면 절대 못 했을 거다.

관계도 달라진 게 있다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같이 먹는 빈도가 올라갔다. 예전에는 "저 멀리 살아서..." 가 핑계였는데, 이제 그 핑계가 안 통한다. 좋은 점이기도 하고, 피곤한 점이기도 하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은 저녁도 있으니까.

반대로 예전 동네 친구들과는 멀어졌다. 노원에서 같이 밥 먹던 사람들. 한 달에 두 번 보던 게 석 달째 한 번도 못 봤다.

돌아갈 생각은 없다

3개월이 지나고, 이전 생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절대 아니다. 월 40만 원의 추가 비용은 아깝지만, 매일 3시간 20분을 되찾은 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근데 한 가지 후회가 있다면, 더 일찍 이사하지 않은 거다. 2년 동안 "돈을 아끼자"는 이유로 먼 곳에서 출퇴근했는데, 그 2년 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생각하면 좀 아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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