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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밀프렙 루틴 정착기

매주 일요일 2시간 반으로 평일 점심 도시락 5개를 만드는 루틴이 자리잡기까지

배달비가 한 달에 23만 원이었다

가계부를 정리하다가 배달비 항목을 봤다. 한 달에 배달 음식으로 쓴 돈이 487,000원. 그중 순수 배달비만 약 23만 원. (배달의민족 기준 건당 평균 3,800원 정도인데, 이게 쌓이니까 무섭다.)

회사에 도시락을 싸가면 점심값이 거의 안 든다. 계산해보니 재료비 기준 1끼에 3,500원 정도. 배달 한 끼가 12,000~15,000원인 걸 생각하면 월 20만 원 이상 절약이 가능했다. 그래서 밀프렙을 시작했다.

처음 3주는 완전 실패였다

유튜브에서 "주말 2시간 밀프렙" 영상을 보고 따라 했다. 첫 주에 4시간 반이 걸렸다. 장보기 1시간, 요리 2시간 반, 정리 1시간. 그리고 월요일에 도시락을 열었는데, 밥이 딱딱하고 반찬이 짜고 볶음이 눅눅했다.

둘째 주에는 레시피를 바꿨는데 이번엔 양이 안 맞았다. 5일치를 만들겠다고 재료를 사왔는데, 닭가슴살을 2kg이나 사버렸다. 결국 목요일, 금요일 도시락은 닭가슴살 반복이라 목요일에 포기하고 배달을 시켜먹었다. (짜장면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셋째 주에는 아예 일요일에 약속이 생겨서 밀프렙을 못 했다. 그 주는 전부 외식.

네 번째 주에 뭔가 감이 왔다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개발자답게. (이게 직업병인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세 가지였다. 레시피가 너무 복잡한 것, 보관 방법이 잘못된 것, 양 조절이 안 되는 것.

해결책: 메뉴를 고정했다. 매주 똑같은 3가지 반찬. 닭가슴살 간장조림, 브로콜리 볶음, 계란말이. 여기에 밥만 바꾼다. 흰쌀밥, 잡곡밥, 볶음밥 로테이션. 재료도 매주 같은 걸 같은 양만 산다. 닭가슴살 800g, 브로콜리 2송이, 계란 10개.

밥은 조금 질게 지어서 식힌 뒤 소분한다. 반찬은 완전히 식힌 뒤에 용기에 담는다. 이것만 지켜도 다음 날 먹을 때 퀄리티가 확 달라졌다.

2시간 반 루틴이 자리잡기까지

지금 루틴은 이렇다. 일요일 오전 10시 시작. 장보기는 토요일 저녁에 마트에서 미리 해둔다. 10시에 밥솥 켜고, 닭가슴살 재워두고, 브로콜리 데치고, 계란 풀어놓는다. 11시쯤 밥이 되면 소분 시작. 반찬 조리와 밥 소분을 병렬로 처리한다. (동시성 프로그래밍이 여기서 쓰일 줄이야.)

12시 반이면 도시락 5개가 냉장고에 들어간다. 설거지 포함 2시간 반. 8주째 이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한 달에 절약되는 금액은 대략 187,000원 정도. 근데 솔직히 돈보다는 점심시간에 뭘 먹을지 고민 안 해도 되는 게 더 크다. 의사결정 피로가 줄었다. 점심때 그냥 도시락 꺼내면 되니까.

근데 가끔은 그냥 사 먹는다

금요일은 치팅데이로 정했다. 금요일만큼은 동료들이랑 밖에서 먹는다. 밀프렙을 100% 완벽하게 지키려고 하면 스트레스받아서 한 달 안에 포기한다. 80%만 지키면 된다. 주 5일 중 4일만 도시락 싸가도 충분히 효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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