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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가 IT 업계에 미치는 영향

금리 인상, 환율 변동이 개발자 채용과 연봉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옆 팀이 통째로 사라진 날

2023년 3월. 출근하니까 옆 팀 자리가 비어 있었다. 12명이던 팀이 하룻밤 사이에 5명이 됐다. 구조조정이었다. 그 팀이 맡던 프로젝트는 신사업이었는데, 투자 라운드가 무산되면서 바로 칼질이 들어왔다.

그때는 "운이 나빴네" 정도로 생각했다. 근데 알고 보니 이게 글로벌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벤처 투자가 줄어들고, 투자가 줄면 스타트업 신사업이 축소되고, 축소되면 사람이 잘린다. 이 연결고리를 그때 처음 이해했다.

금리가 오르면 왜 IT가 힘들어지나

원리는 이렇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수익률이 올라간다. 안전한 투자처에서 수익이 나니까, 위험한 투자인 벤처에 돈을 넣을 이유가 줄어든다. 2021년에 제로금리였을 때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이유가 이거다. 돈 넣을 데가 없으니까 스타트업에 몰렸던 거다.

2022~2023년에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그 거품이 꺼졌다. 미국 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레이오프를 한 게 다 같은 시기다. 구글 12,000명, 메타 11,000명, 아마존 18,000명.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크래프톤, 넥슨, 카카오 다 인원을 줄였다.

환율이 개발자 연봉에 미치는 영향

이건 좀 의외인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해외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개발자의 실질 연봉이 올라간다. 반대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SaaS 비용이 올라가서 IT 예산이 빡빡해진다.

2024년에 환율이 1,380원대를 찍었을 때, 회사에서 AWS 비용이 전년 대비 12% 올랐다. 사용량은 비슷한데 순수 환율 때문이다. 그 여파로 "클라우드 비용 절감 TF"가 생겼고, 개발팀에서 사람이 2명 차출됐다. (내가 그중 한 명이었다. 2주 동안 EC2 인스턴스 사이즈 줄이는 작업만 했다.)

지금 시장은 어떤 상태인가

2025년 하반기 기준,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한국도 따라가는 중이다. 이론적으로는 벤처 투자가 다시 살아나야 하는 타이밍인데, 체감상 아직 예전만큼은 아니다. 채용 공고는 늘어나고 있지만, 2021년처럼 "주니어도 연봉 6천"은 아니다.

흥미로운 건 AI 관련 포지션만 예외라는 거다. AI 엔지니어, ML 엔지니어 채용은 경기와 상관없이 계속 늘고 있다. 이건 순환적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인 것 같다.

개발자가 경제 뉴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솔직히 예전에는 경제 뉴스에 관심이 없었다. "나는 코드만 잘 짜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옆 팀이 사라지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 연봉, 내 고용 안정성이 지구 반대편 중앙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매주 월요일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미국 FOMC 일정, 원-달러 환율 추이를 체크한다. 이걸 안다고 해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해하면 대비를 할 수 있다. 비상금을 좀 더 두껍게 쌓아둔다든지, 스킬셋을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확장한다든지. 뒤늦은 깨달음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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