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서 PM으로 전환한 사람들의 이야기
개발자 출신 PM 3명을 인터뷰하고 느낀 것들, 그리고 나는 왜 안 하기로 했는지
PM 제안을 받았다
팀 리드가 1:1에서 물어봤다. "PM으로 전환할 생각 없어?" 솔직히 당황했다. 나는 코드 짜는 게 좋아서 개발자를 하고 있는 건데, 왜 PM을 하라는 거지? 근데 또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개발자에서 PM으로 간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했을까.
그래서 주변에 개발자 출신 PM 3명한테 커피를 사면서 물어봤다.
"코드 짜던 시간이 회의로 바뀌었다"
첫 번째 사람, 민수. (가명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4년 하고 PM으로 전환했다. 전환한 지 1년 반 됐다. 가장 먼저 한 말이 "회의가 너무 많다"였다. 하루에 회의가 평균 4.7개라고. (직접 세어봤다고 한다.) 코드 짤 때는 하루에 회의가 1~2개였는데, PM이 되니까 달력이 빈 시간이 없다.
근데 회의가 많은 게 싫은 건 아니라고 했다. 문제는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회의"가 많다는 거다. 개발자일 때는 기술적 결정만 내리면 됐는데, PM은 비즈니스 결정, 우선순위 결정, 리소스 결정을 전부 해야 한다. "결정 피로가 진짜 심하다"고 했다.
"개발 경력이 도움은 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두 번째 사람, 지은. 백엔드 개발자 3년 하고 PM으로 갔다. 개발 배경이 있으니까 기술적 판단에서 유리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고 한다. PM이 기술적 디테일을 너무 알면 오히려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게 된다고.
"이거 Redis 캐시 쓰면 되는데 왜 이렇게 하고 있어?" 같은 말을 회의에서 해버리면, 개발자 입장에서는 PM이 아니라 시니어 개발자한테 지적받는 느낌이 된다고. 지은이는 이 습관을 고치는 데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솔직히 나도 이 실수를 할 것 같아서 좀 무서웠다.)
PM에게 정작 중요한 건 기술 지식이 아니라 "왜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건 개발자 시절에 전혀 안 배우는 스킬이다.
"연봉은 올랐는데 성취감이 다르다"
세 번째 사람, 현우. 풀스택 5년 하고 PM으로 전환. 전환하면서 연봉이 15% 올랐다. PM이 연봉 밴드가 더 넓기 때문이라고. 근데 성취감의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개발자일 때는 코드를 짜고, 배포하고, 사용자가 쓰는 걸 보면 성취감이 있었다. PM은 분기 OKR을 달성하면 성취감이 있는데, 이게 코드 배포의 즉각적인 쾌감과는 다르다고. "기다림의 성취감"이라는 표현을 썼다. 3개월을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는 성취감.
현우가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만든 게 없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PM은 회의하고, 문서 쓰고, 조율하는 게 일인데, 하루가 끝나면 "오늘 뭐 했지?" 싶을 때가 많다고. 개발자는 최소한 커밋 로그라도 남는데. (이 말에 좀 공감이 갔다.)
근데 나는 안 하기로 했다
세 명의 이야기를 듣고 결론은, PM은 나랑 안 맞다는 거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코드를 짤 때 몰입감이 좋다. 3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코드만 짜는 그 상태. PM은 그런 몰입의 기회가 거의 없다. 30분마다 회의가 있고, 슬랙이 계속 오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PM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민수는 "나는 PM이 천직이다"라고 했다. 사람마다 맞는 게 다르다. 근데 "개발자 다음 커리어 = PM"이라는 공식이 당연한 것처럼 통용되는 건 좀 문제다. 시니어 개발자, 스태프 엔지니어, 아키텍트 같은 기술 트랙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로다.
팀 리드한테 "PM은 안 할게요, 근데 스태프 엔지니어 트랙에 관심 있어요"라고 말했다. 반응이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