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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 집 마련: 개발자의 내 집 마련기

5년 차 개발자가 서울 외곽에 첫 아파트를 산 과정과 솔직한 감정들

전세 만기 3개월 전에 시작됐다

올해 3월에 전세 만기가 돌아왔다. 전세금 2억 3천만 원. 집주인이 5천만 원을 올려달라고 했다. 근데 내 통장에는 추가로 넣을 수 있는 돈이 1,700만 원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1,723만 원. 몇백 원 단위까지 기억나는 게 좀 슬프다.)

그때부터 매물을 보기 시작했다. "이 돈이면 차라리 매매를 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예산 계산부터 현실이 보였다

연봉 5,800만 원. 세후 월급이 약 387만 원. 대출 가능 금액을 계산해봤다. DSR 40% 기준으로 주담대가 2억 7천만 원 정도 나왔다. 보유 자금 2억 4,700만 원 합치면 5억 1,700만 원.

서울에서 5억대 아파트.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노원, 도봉, 강북 쪽 구축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엔 "서울이면 어디든" 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매물을 보러 다니니까 기준이 생기더라.

부동산 앱을 하루에 47번 열었다

직방, 네이버 부동산, 호갱노노. 출퇴근 지하철에서 계속 봤다. 점심시간에도 봤다. 코드 리뷰 사이에 몰래 봤다. (팀장님이 눈치챈 것 같긴 하다.)

3주 동안 매물을 12곳 봤다. 근데 마음에 드는 곳은 예산을 넘었고, 예산에 맞는 곳은 뭔가 하나씩 아쉬웠다. 화장실이 너무 좁거나, 역에서 15분 이상 걸어야 하거나, 1층이라 습기가 올라오거나.

결국 노원구 23평 아파트로 갔다

4억 8,500만 원. 2003년식 아파트. 7호선 역에서 도보 8분. 화장실이 좁은 건 감안하기로 했다. 대출 2억 4천만 원을 받았고, 월 상환액이 113만 원. 월급의 29.2%.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손이 좀 떨렸다. 2억 4천만 원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실감이 났다. 30년 동안 갚아야 한다. (30년이면 내가 60대다. 60대의 내가 상상이 안 됐다.)

입주하고 나서 달라진 것들

솔직히 좋은 점이 크다. 매달 전세 이자로 나가던 돈이 이제 원금 상환으로 간다. 내 자산이 쌓이는 느낌. 벽에 못을 마음대로 박을 수 있다는 것도 은근 크다.

근데 생활비가 빡빡해졌다. 월 상환 113만 원에 관리비 18만 원, 그리고 수리비. 입주 첫 달에 수도꼭지 교체 8만 원, 보일러 점검 12만 원, 도배는 직접 했는데 재료비만 34만 원. 예상 못 한 지출이 계속 나왔다.

후회는 없냐고 물으면

70%는 만족이고 30%는 불안이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근데 어차피 실거주니까 당장 팔 건 아니고, 30년 뒤를 보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개발자라서 좋은 점 하나: 대출 금리 비교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서 은행 7곳을 비교했다. 금리 0.07%p 차이로 30년 동안 이자가 487만 원 차이 나는 걸 계산으로 확인하고 최저금리 은행으로 갔다. (이런 걸로 뿌듯해하는 내가 좀 소시민 같긴 하다.)

아무튼, 5년 차 개발자도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다. 근데 "편하게" 살 수 있다고는 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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