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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커리어 전환 이야기 모음

주변 개발자 6명의 커리어 전환 사례를 모아봤다. 성공도 있고 후회도 있다.

왜 갑자기 이 주제를 쓰게 됐냐면

동기 한 명이 지난달에 PM으로 전환했다. 4년 차 백엔드 개발자였는데 어느 날 "나 코드 짜는 게 더 이상 재밌지 않아"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돌아보니 최근 2년 사이에 커리어를 바꾼 개발자가 꽤 있었다. 6명 정도 이야기를 모아봤다.

케이스 1: 백엔드에서 PM으로 간 민수

위에서 말한 동기다. 전환한 지 두 달 됐다. 연봉은 500만 원 정도 줄었다고 한다. "PM은 개발 경험 있으면 유리하다"는 말을 믿고 갔는데, 현실은 미팅의 연속이었다. 하루에 미팅 6개. 코드를 짤 때는 몰랐던 피로감이라고 했다. (근데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니까 "아니"라고 하더라.)

코드 리뷰 대신 기획 문서 리뷰를 하게 됐는데, 기술적 판단이 가능하니까 엔지니어들이 PM을 신뢰한다고. 이 부분은 확실히 강점이라고 했다.

케이스 2: 프론트엔드에서 디자이너로 간 예진

이건 좀 특이한 케이스다. 3년 차 프론트엔드 개발자였는데 UI/UX에 관심이 더 많았다고 한다. 퇴사하고 6개월 동안 독학으로 Figma를 공부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스타트업에 주니어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연봉이 1,200만 원 줄었다. 거의 신입 수준으로 다시 시작한 셈이다. "후회하냐"고 물으니까 "매일은 아닌데 월급날에는 좀" 이라고 했다. (솔직하다.)

근데 프론트엔드 경험이 있으니까 디자인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개발 구현 가능성을 바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생각보다 큰 경쟁력이라고.

케이스 3: 개발자에서 개발자 유튜버로 간 태호

구독자 2.3만 명. 월 수익은 광고 + 강의 합쳐서 "회사 다닐 때보다 적다"고만 말했다. (정확한 숫자를 안 알려줬다.) 퇴사한 지 8개월째인데, 자유로운 건 좋지만 매달 수입이 불안정한 게 스트레스라고.

일주일에 영상 2개를 올리는데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혼자 한다. 하루 12시간 일하는 날도 많다고 했다. "회사보다 편하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케이스 4: 풀스택에서 데브옵스로 전환한 정훈

같은 회사 내에서 전환했다. 연봉 변화는 없었다. 쿠버네티스를 독학하면서 사내 인프라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를 주도한 게 계기가 됐다.

"코드를 짜는 것보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게 재밌더라"는 게 전환 이유였다. 근데 on-call이 생겼다. 새벽 3시에 알림 오는 건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한 달에 평균 2.7회라고. (0.7회가 뭔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

케이스 5: 스타트업 CTO에서 다시 평개발자로 돌아온 수빈

이 케이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 7년 차에 스타트업 CTO가 됐는데, 2년 만에 "나는 매니저가 아니라 엔지니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대기업 시니어 개발자로 갔다. 연봉은 오히려 올랐다고 한다.

"CTO라는 타이틀이 화려해 보이지만, 코드를 짜는 시간이 일주일에 3시간도 안 됐다"고 했다. 나머지는 채용, 미팅, 일정 관리. 그게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가 아니었다고.

케이스 6: 아직 고민 중인 나

사실 이 글을 쓴 이유가 있다. 나도 가끔 생각한다. 5년 차인데 이대로 계속 코드를 짜는 게 맞는 건지. PM도 해보고 싶고, 기술 글쓰기도 해보고 싶다. 근데 막상 전환하려면 무섭다.

6명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전환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연봉이든 안정감이든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 그 포기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결국 핵심인 것 같다.

"완벽한 타이밍"은 없었다. 6명 중 4명이 "그냥 질러버린 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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