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샤워 30일 챌린지
유튜브 알고리즘의 꼬임에 빠져 시작한 냉수 샤워 한 달 기록
유튜브가 시킨 거다
새벽 1시에 유튜브를 보다가 "냉수 샤워의 놀라운 효과" 영상이 떴다. 도파민 리셋, 면역력 향상, 집중력 증가. 영상이 14분짜리였는데 3분 만에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새벽에 하는 결심은 대부분 실패하는데 이건 진짜 했다.)
다음 날 아침. 샤워기를 차가운 쪽으로 끝까지 돌렸다. 물이 닿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진짜로. 옆집에서 들었을 수도 있다.
첫째 주: 매일 아침이 전쟁이다
1일 차부터 7일 차까지 매일 똑같았다. 샤워실 앞에 서서 3분을 망설인다. "오늘은 안 해도 되지 않나" 하다가 타이머를 켜고 물을 튼다. 목표는 2분이었는데 첫날은 47초 만에 나왔다. (47초도 길게 느껴졌다.)
3일 차에 1분 12초. 5일 차에 1분 38초. 7일 차에 드디어 2분을 채웠다. 근데 2분이 끝나는 순간 뜨거운 물로 바꾸고 싶은 욕구가 미칠 듯이 강하다. 참았다. 바로 나왔다.
이 기간에 느낀 효과: 없다. 솔직히 아무 효과도 못 느꼈다. 그냥 춥고 싫었다.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아침에 출근하면서도 "아까 그 샤워 진짜 싫었다"는 생각만 했다.
둘째 주: 약간의 변화가 있긴 있다
8일 차부터 뭔가 달라졌다. 2분이 예전만큼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적응한 건지, 정신이 마비된 건지 모르겠지만. 14일 차에는 3분까지 버텼다.
그리고 하나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아침에 눈이 빨리 떠진다. 커피보다 효과적이다. 냉수 샤워 후 30분 동안은 머리가 맑다. 근데 30분 이후에는 다시 똑같다. (기적은 없다.)
피부가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한데, 이건 동시에 바꾼 세안제 때문일 수도 있어서 냉수 샤워의 효과인지 확신이 없다.
셋째 주: 루틴이 됐다
15일 차부터 샤워실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줄었다. 1분 정도? 이전에는 3분이었으니까. 타이머를 3분에 맞추고 그냥 한다. 끝나면 나온다.
이쯤 되니까 "냉수 샤워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기만족을 준다. "나는 매일 아침 불편한 걸 자발적으로 한다"는 자부심 같은 거. 근데 이게 진짜 건강에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마조히즘인지 구분이 안 된다.
회사에서 동료한테 얘기했더니 "미쳤냐"는 반응이었다. 그 반응이 좀 뿌듯했다. (이것도 좀 이상한 건 맞다.)
넷째 주: 그리고 실패
23일 차에 감기에 걸렸다. 냉수 샤워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의사는 "환절기라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근데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감기 걸린 상태에서 냉수 샤워는 진짜 못 하겠어서 이틀 쉬었다.
25일 차에 다시 시작했는데 감각이 리셋됐다. 첫 주처럼 다시 춥고 싫었다. 결국 30일은 채웠는데, 감기 때문에 이틀 빠졌으니까 순수하게는 28일이다.
숫자로 정리
| 항목 | 결과 |
|---|---|
| 성공일 | 28일 / 30일 |
| 평균 지속 시간 | 2분 43초 |
| 최장 기록 | 4분 11초 (22일 차) |
| 커피 소비 변화 | 하루 3잔 → 2잔 |
| 체중 변화 | 없음 |
| 감기 | 1번 (관련성 불명) |
계속 할 건가
솔직히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아침에 눈이 빨리 떠진다는 거. 커피를 한 잔 줄일 수 있다는 거. 이 정도면 가치가 있나? 커피 한 잔이 4,500원이니까 한 달에 135,000원 절약. 근데 냉수 샤워의 불쾌함을 135,000원으로 살 수 있냐고 물으면 좀 미묘하다.
지금은 격일로 하고 있다. 매일은 좀 힘들다. 챌린지는 끝났으니까. 근데 내일 아침에도 샤워기 앞에서 3초쯤은 고민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