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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콘텐츠의 품질 문제

AI가 만든 글을 매일 읽으면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기록

"이 글 AI가 쓴 거 아냐?"

최근에 기술 블로그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드는 빈도가 늘었다. 근거는 명확하다. 도입부가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로 시작하고, 본문에 "~할 수 있습니다",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가 반복되고, 마무리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로 끝난다. 이건 사람이 안 쓴다.

구글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이런 글이 3개는 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도, 미디엄에도. 콘텐츠의 총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읽을 만한 글은 찾기 어려워졌다.

문제가 뭔데

AI 생성 콘텐츠의 가장 큰 문제는 "틀리지 않았는데 맞지도 않다"는 거다.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구조도 깔끔한데 읽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경험이 없으니까.

"React 성능 최적화 10가지 방법"이라는 AI 글을 읽으면 useMemo, useCallback, lazy loading... 누구나 아는 내용이 교과서처럼 나열된다. 근데 "useMemo를 넣었더니 오히려 0.3초 느려진 경험"이나 "리렌더링 프로파일링을 3시간 하다가 결국 원인이 CSS였던 이야기" 같은 건 없다. AI는 실패를 모르니까.

나도 써봤다

고백하면, 나도 AI로 블로그 초안을 써본 적이 있다. 6개월 전쯤이다. "Next.js ISR 가이드"라는 주제로 ChatGPT한테 초안을 뽑았다. 2,300자짜리 글이 3분 만에 나왔다.

읽어봤다. 기술적으로 틀린 내용은 없었다. 근데 이걸 내 이름으로 올리기가 꺼려졌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내 경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실제로 ISR 적용하면서 빌드 타임아웃 때문에 새벽 2시까지 삽질한 이야기, revalidate 값을 3600으로 잡았다가 캐시가 너무 오래 남아서 클라이언트한테 항의를 받은 이야기. 이런 게 없으면 그냥 공식 문서 요약이다.

둘째, 문체가 내가 아니었다. 당연한 건데 당시에는 몰랐다.

결국 그 초안은 삭제하고 처음부터 직접 썼다. 시간은 4시간 걸렸다. AI보다 80배 느리다. 근데 그 글에 달린 댓글 중에 "빌드 타임아웃 해결법 감사합니다, 저도 같은 문제였어요"가 있었다. 3분짜리 AI 글에서는 이런 반응이 안 나온다.

SEO 스팸의 시대

진짜 문제는 검색이다. AI 글은 SEO에 최적화되어 있다. 키워드 배치, 제목 구조, 메타 디스크립션까지 완벽하다. 그래서 구글 첫 페이지를 AI 글이 점령하고 있다.

"TypeScript generic 사용법"을 검색하면 상위 5개 중 3개가 AI 냄새가 나는 글이다. 내용은 거의 같다. 공식 문서를 재배열한 수준이다. 진짜 유용한 건 레딧이나 스택오버플로우의 실제 질문과 답변인데, 이건 검색 결과 2페이지에 있다. (누가 2페이지를 보겠나.)

그래서 어떻게 구별하나

내가 쓰는 기준은 세 가지다.

실패 경험이 있는가. "이 방법을 시도했는데 안 됐다"는 문장이 있으면 사람이 쓴 글일 확률이 높다.

구체적인 숫자가 있는가.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vs "렌더링 시간이 847ms에서 312ms로 줄었다." 후자가 실제 경험이다.

문체에 감정이 있는가. "솔직히 짜증났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같은 주관적 감정. AI는 이걸 잘 못 쓴다. 쓰더라도 어색하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느끼는 것

블로그를 쓰면서 가끔 생각한다. 내 글보다 AI가 더 빠르고 더 깔끔하게 쓸 수 있는데, 왜 내가 쓰는 거지? 답은 간단하다. AI는 경험하지 않으니까. 새벽 2시에 버그를 고친 사람만이 그 좌절과 해결의 감정을 알고, 그 감정이 담긴 글이 진짜 도움이 된다.

근데 솔직히 불안하다. 5년 후에도 이게 차별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AI가 경험을 시뮬레이션하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아무튼 지금은 직접 쓴다. 느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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