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6 min read

카페인 끊기 2주 실험

하루 커피 4잔에서 0잔으로, 2주간의 기록

하루 4잔이 평균이었다

아침 출근하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 3시쯤 졸리면 한 잔. 야근하면 한 잔 더. 이게 내 평일 루틴이었다. 주말에는 좀 줄어서 2잔. 월 카페 지출이 178,000원이었다. (앱으로 확인했을 때 눈이 좀 커졌다.)

문제는 잠이었다. 새벽 1시에 누워도 2시까지 뒤척였다. 그러다 7시에 알람으로 깨면 피곤하고, 피곤하니까 커피를 마시고, 커피 때문에 또 잠을 못 자고. 이 악순환을 누가 끊어줘야 하는데 아무도 안 끊어주길래 내가 끊었다.

1일차: 두통이 이 정도일 줄은

첫날 오후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리는 둔통. 이게 카페인 금단 증상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아는 것과 겪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집중이 안 됐다. 코드 리뷰를 하는데 글자가 눈에 안 들어왔다. 타이레놀을 먹었다. (여기서 카페인 대신 진통제를 먹는 게 맞나 싶었다.)

3~4일차: 졸음이 폭포처럼

두통은 3일차에 좀 나아졌는데, 졸음이 미쳤다. 오후 2시면 눈이 감겼다. 회의 중에 졸 뻔한 게 두 번. 진짜 위험했다. "괜찮아요?" "네, 좀 피곤해서요." 근데 피곤한 게 아니라 카페인 금단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했다.

이 시기에 포기할 뻔했다. "적당히 마시면 되지 왜 끊어"라는 생각이 하루에 열 번은 들었다.

7일차: 뭔가 달라지기 시작

일주일이 지나니까 변화가 왔다. 밤에 누우면 30분 안에 잠들었다. 원래 1시간 이상 걸렸는데. 아침에 알람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6시 43분. 이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근데 낮 시간 에너지가 평평해진 느낌이랄까. 커피 마실 때는 마신 직후 확 올라갔다가 2시간 뒤에 뚝 떨어지는 패턴이었는데, 카페인 없으니까 하루 종일 중간 에너지. 폭발적인 집중은 없지만 급격한 추락도 없다.

10일차의 실패

금요일 밤에 친구 만나서 디카페인 라테를 시켰다. 근데 바리스타가 실수로 그냥 라테를 줬다. 한 모금 마시고 "이거 디카페인 맞아요?" 물었는데, 아니었다. 이미 마셔버린 한 모금이 뇌에 도달하자마자 "아, 이 느낌" 하면서 세로토닌이 폭발했다. 남은 건 안 마셨지만, 이게 실패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한 모금은 실패 아니라고 우기기로 했다.)

14일차: 솔직한 결과

수면 시간이 평균 5시간 40분에서 7시간 10분으로 늘었다.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에서 25분으로 줄었다. 카페 지출 0원. 피부가 좋아졌다는 말을 한 명한테 들었다.

근데 집중력은 솔직히 커피 마실 때가 더 좋았다. 카페인이 주는 단기 부스트가 없으니까, 어려운 버그를 물고 늘어지는 끈기가 좀 떨어진 느낌이다. 이건 주관적이라서 숫자로 증명 못 한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나

2주 실험 끝나고 결국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실패다. 근데 양이 줄었다. 하루 4잔에서 1잔으로. 아침 한 잔만 마시고, 오후에는 물이나 차를 마신다. 이것만으로도 수면 질이 꽤 유지된다.

완전히 끊는 건 내 의지로는 안 되는 것 같다. 근데 "내가 얼마나 카페인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체감한 것만으로도 실험의 가치는 있었다. 두통 겪어보니까 이게 중독이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월 카페 지출이 178,000원에서 52,000원으로 줄었다. 연간으로 치면 1,512,000원 절약. 이건 좀 뿌듯하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