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도움 요청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5년 차인데도 '이거 모르겠는데요'가 입에서 안 나온다
혼자 끙끙대다 3시간을 날린 날
화요일 오후. 배포 파이프라인에서 이상한 에러가 났다. 에러 메시지를 보고 구글링을 했다. 스택 오버플로에 비슷한 질문이 있었는데 답변이 2019년 거라 맞지 않았다. ChatGPT한테도 물어봤는데 엉뚱한 답을 줬다.
3시간을 삽질하다가 결국 시니어한테 물어봤다. 7분 만에 해결됐다. 환경 변수 하나가 빠져 있었다. (정확히는 .env.production에 DATABASE_POOL_SIZE가 없었다.)
3시간 vs 7분. 이걸 왜 일찍 안 물어봤을까.
물어보기 싫은 진짜 이유
"바보처럼 보일까 봐"가 솔직한 이유다. 5년 차인데 이런 것도 모르냐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근데 사실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시나리오다.
또 하나는 "상대방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다. 시니어가 바쁜 거 뻔히 보이는데 내 질문으로 흐름을 끊는 게 미안하다. 근데 3시간을 혼자 헤매서 일정이 밀리면 그게 팀 전체한테 더 큰 부담이라는 걸 머리로는 안다. 머리로는.
질문하는 것도 기술이더라
어느 날 팀장이 이런 말을 했다. "질문하기 전에 최소한 이것만 해와. 뭘 시도했고, 어디서 막혔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이게 단순해 보이는데 실제로 해보면 질문 자체가 정리가 된다.
"이거 안 돼요"랑 "A를 시도했는데 B 에러가 나와요, C도 해봤는데 여전히 같은 에러입니다"는 받는 쪽에서 전혀 다르다. 후자로 질문하면 "아 그러면 D를 해봐" 하고 30초 만에 답이 나올 때가 있다.
실제로 이렇게 질문을 정리하다 보면 절반 정도는 스스로 답을 찾게 된다. 이걸 러버덕 디버깅이라고 하던가.
도움 요청을 잘하는 사람을 관찰했다
팀에 2년 차인데 질문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패턴을 분석해봤다. (몰래.)
첫째, 질문 타이밍이 좋다. 상대방이 집중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커피 마시러 갈 때나 슬랙에 "지금 잠깐 괜찮으세요?" 하고 먼저 확인한다.
둘째, 질문이 구체적이다. "이거 어떻게 해요"가 아니라 "이 부분에서 A 방식과 B 방식 중 어떤 게 나을까요, 저는 A가 나을 것 같은데 이런 이유 때문에 확신이 안 서요."
셋째, 답을 받으면 꼭 결과를 공유한다. "말씀대로 했더니 됐습니다, 감사합니다"까지가 하나의 사이클이다. 이게 사소해 보이는데, 도와준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도움이 됐구나"를 확인하는 피드백이다.
나의 실패 패턴
반면에 나는 이렇다. 혼자 끙끙대다가, 진짜 막히면 급하게 물어보고, 답을 받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결과 공유를 거의 안 했다. 그리고 같은 류의 질문을 두 번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건 진짜 부끄럽다.)
올해부터는 질문과 답변을 노션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개인 wiki 같은 거다. 같은 질문을 두 번 하는 일은 줄었다.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회사 문화에서 "모른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5년 차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라는 암묵적 기대가 있다. 근데 기술은 계속 바뀌고,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3년 전에 배운 게 지금은 안 통하는 경우가 흔하다.
팀장이 "모른다"를 먼저 말하는 팀이 좋은 팀이라는 걸 최근에 느꼈다. 우리 팀장은 그걸 잘한다. "나도 이건 처음인데 같이 봐보자"라고 하면, 팀원들도 모른다고 말하기가 쉬워진다.
나도 주니어한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근데 아직 잘 안 된다. 내일부터 좀 더 솔직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