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이직하는 게 정말 나쁜 걸까
잡호핑이라고 욕먹지만, 이직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의 현실적 계산
이력서에 회사가 4개다
7년 차 기준으로 회사를 4번 다녔다. 평균 재직기간 1년 9개월. 면접에서 "왜 이렇게 자주 옮기셨어요?"라는 질문을 거의 매번 받는다. 솔직히 대답할 때마다 좀 불편하다.
근데 나름 이유가 있었다. 첫 회사는 기술 스택이 레거시에 묶여서, 두 번째는 회사가 인수됐고, 세 번째는 연봉이 시장 대비 23%나 낮았다. 매번 도망친 건 아니었는데, 밖에서 보면 그냥 잡호퍼로 보인다.
이직할 때마다 연봉은 올랐다
첫 이직에서 19%, 두 번째에서 27%, 세 번째에서 15% 올랐다.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 이 정도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회사에서 연봉 인상률이 보통 3~5%인 걸 생각하면, 이직이 경제적으로는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근데 세 번째 이직에서 15%밖에 못 올린 건 시장이 좀 얼어붙어서였다. 타이밍도 중요하더라.)
잃은 것도 있다
매번 새 환경에서 처음부터 신뢰를 쌓아야 한다. 첫 3개월은 거의 아무것도 못한다. 코드베이스 파악, 팀 문화 적응, 도메인 학습. 이게 반복되면 솔직히 지친다. 네 번째 회사 입사 첫 주에 "또 이걸 해야 하나" 싶었다.
한 회사에서 오래 있으면 깊은 임팩트를 낼 수 있다. 시스템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성장을 지켜보고, 장기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경험. 이직을 자주 하면 이런 경험이 어렵다. 내 이력서에는 "주도적으로 설계한 시스템"이 하나도 없다. 다 남이 만든 걸 이어받아서 개선한 것뿐이다.
면접관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면접관이 되어보니 시각이 좀 바뀌었다. 1년 미만이 연속 3번이면 솔직히 걱정된다. "이 사람도 1년 안에 나가지 않을까?" 채용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 명 뽑는 데 드는 시간과 온보딩 비용을 생각하면, 최소 2년은 있어줘야 투자 대비 회수가 된다.
근데 2년이 어디서 나온 기준인지는 사실 근거가 없다. 그냥 암묵적인 업계 기대치인 거다. 1년 8개월은 짧고 2년 1개월은 괜찮다? 좀 웃긴 기준이긴 하다.
이직 안 해야 할 때도 있다
지금 회사에서 아직 충분히 배울 게 있는데 연봉만 보고 움직이면 후회할 수 있다. 나도 두 번째 이직이 그랬다. 연봉 27% 올랐는데, 새 회사에서 하는 일이 너무 단순해서 성장이 멈춘 느낌이었다. 6개월 만에 또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때 좀 반성했다. 돈만 보고 간 게 실수였다.)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2년마다 이직하면 안 된다"도 틀리고, "무조건 이직해야 연봉 오른다"도 틀리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내 기준은 이렇다. 현재 회사에서 6개월 이상 새로 배우는 게 없고, 연봉이 시장 대비 15% 이상 낮고, 조직 문화가 나와 안 맞으면 이직을 진지하게 고려한다. 셋 중 하나만 해당되면 좀 더 버텨보고, 셋 다 해당되면 이력서를 업데이트한다.
근데 이 기준도 나한테 맞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도 맞을지는 모르겠다. 안정을 중시하는 사람은 한 회사에서 깊이 파는 게 더 나을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원하면 이직이 맞을 수 있다. 정답은 없다. 있으면 나도 알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