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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진짜 읽는 사람 있을까

자소서 쓰면서 느낀 현타와 채용 담당자로서 본 현실

자소서 쓰다가 현타가 왔다

이직 준비하면서 자소서를 썼다. "지원 동기"란에 뭘 쓸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이걸 진짜 읽는 사람이 있긴 한 건가. 주변 개발자들한테 물어봤더니 13명 중 11명이 "자소서 안 읽힐걸"이라고 했다.

(근데 나는 3시간 동안 첫 문장을 다듬고 있었다. 이 시간에 알고리즘 한 문제라도 풀 걸.)

채용 담당 입장에서 보니

작년에 채용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백엔드 시니어 한 명 뽑는데 지원서가 247통 왔다. 한 명당 자소서를 꼼꼼히 읽을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다. 이력서는 봤다. 경력, 기술 스택, 프로젝트 경험 위주로 훑는데 한 사람당 평균 2분 정도 걸렸다. 자소서는 솔직히 첫 두 줄만 봤다.

근데 예외가 있었다. 이력서가 애매한 경우, 자소서에서 결정적 정보를 찾으려고 했다. "왜 이 회사에 지원했는지", "이전 프로젝트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면 점수를 줬다.

자소서가 아예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247통 중에 자소서가 인상적이어서 면접까지 간 사람이 3명 있었다. 공통점이 있었다. 추상적인 미사여구 대신 구체적인 숫자와 경험을 썼다. "열정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같은 말은 한 줄도 없었고, "이전 프로젝트에서 응답 시간을 340ms에서 89ms로 줄인 경험"처럼 구체적이었다.

결국 자소서의 문제는 자소서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거다. "성장하고 싶습니다", "팀워크를 중시합니다" — 이런 문장은 읽히든 안 읽히든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실수담: 복붙 사고

부끄러운 얘기인데, 두 번째 이직 때 A사 자소서를 B사에 그대로 보냈다. 회사 이름까지 안 바꾸고. 당연히 서류 탈락했다. 그때 자소서가 읽히긴 읽히는구나 깨달았다. 가장 창피한 방식으로.

그래서 어떻게 쓰면 되는데

내가 겪어본 바로는 이렇다. 자소서를 길게 쓸 필요 없다. 3~4문단이면 충분하다. 핵심은 "이 회사의 이 포지션에 내가 왜 적합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거다. 회사의 기술 블로그를 읽고, 사용하는 기술 스택을 확인하고, 내 경험과 연결 짓는다.

"귀사의 MSA 전환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모놀리식을 마이크로서비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서 API 게이트웨이 설계를 담당했고, 서비스 간 지연 시간을 평균 47ms 이내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면 적어도 첫 두 줄에서 눈에 띈다.

포트폴리오가 자소서보다 낫다

솔직히 개발자 채용에서 자소서보다 GitHub 프로필이 더 많은 걸 말해준다. 커밋 히스토리, 코드 스타일, 프로젝트 README의 퀄리티. 이게 실력을 보여주는 더 직접적인 방법이다.

근데 회사마다 다르다. 대기업은 아직도 자소서를 요구하고, 스타트업은 포트폴리오만 보는 곳도 있다. 지원하는 곳에 맞춰야 한다.

자소서를 진짜 읽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면, 있다. 근데 전부 다 읽지는 않는다. 첫 두 줄에서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내용이 없으면 거기서 끝이다. 그러니까 자소서에 공들일 시간이 있으면 첫 두 줄에 올인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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