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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에서 저지른 실수들

신입 때 저지른 실수 목록, 지금 보면 창피하지만 다 약이 됐다

첫 출근날부터 사고 쳤다

첫 회사 입사 3일 차에 운영 DB에 UPDATE 쿼리를 WHERE 없이 날렸다. 테스트 서버인 줄 알고 실행했는데 터미널 프롬프트 색깔이 빨간색이었다. 프로덕션이었다. 사수가 달려왔고, 다행히 백업에서 복구했지만 37분 동안 서비스가 멈췄다. 입사 3일 만에 포스트모템 문서에 내 이름이 올라갔다.

(그때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감각을 아직도 기억한다.)

질문을 안 했다

모르면 물어봐야 하는데, "이것도 모르냐"는 소리 들을까 봐 혼자 끙끙댔다. 30분이면 해결될 걸 6시간 동안 삽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번은 API 응답 포맷을 잘못 이해해서 3일 동안 코드를 짰는데, 완전히 잘못된 방향이었다. 사수한테 보여줬더니 "왜 안 물어봤어?"라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시니어들은 신입이 모르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신입이 질문 안 하고 혼자 삽질하는 걸 오히려 불안해한다. 질문은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학습의 증거다.

코드 리뷰를 개인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PR에 코멘트가 14개 달렸을 때,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이렇게 못하나" 싶었다. 특히 "이 부분은 다시 생각해보세요"라는 코멘트에 울컥했다.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어이없는 반응인데, 그때는 진심으로 상처받았다.

근데 6개월쯤 지나니까 리뷰 코멘트가 줄기 시작했다. 이전 리뷰에서 지적받은 패턴을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면서 코드 퀄리티가 올라간 거다. 코드 리뷰가 결국 가장 빠른 성장 경로였다.

야근이 성실함이라고 착각했다

매일 밤 10시까지 남았다. 팀에서 제일 늦게 퇴근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줄 알았다. 실제로는 아무도 신경 안 썼다. 오히려 팀장이 "왜 매일 야근해? 일이 안 끝나는 거면 방법을 바꿔야지"라고 했을 때 충격받았다.

(사실 야근 시간의 절반은 유튜브 보면서 보냈다. 퇴근 안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 같다.)

회의에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신입이니까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내가 뭘 안다고"라며 삼켰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같은 아이디어를 내서 채택되는 걸 보면서 아까웠다. 3개월쯤 지났을 때 팀장이 1:1에서 "회의에서 좀 더 의견 내봐"라고 했다. 그 뒤로 틀려도 일단 말하기 시작했는데, 틀린 말을 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하더라. 오히려 토론이 생겨서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Slack 메시지 톤을 몰랐다

선배한테 "이거 왜 이렇게 짰어요?"라고 보냈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진 적 있다. 순수한 궁금증이었는데, 텍스트로는 추궁하는 것처럼 읽힌 거다. 그 뒤로 "혹시 이 부분 배경이 궁금한데, 시간 되실 때 여쭤봐도 될까요?"로 바꿨다. 같은 내용인데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에서 톤 관리가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다. 이모지 하나가 분위기를 바꾼다.

1년 지나서 보니

신입 때 실수는 다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거였다. 근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그건 문제다. 나는 DB 사고 이후로 프로덕션 접속 전에 무조건 프롬프트 색깔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질문 타이밍은 "15분 규칙"을 만들었다. 15분 해봐서 모르겠으면 바로 물어보기.

근데 이건 내 경험이고,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니까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실수를 안 하려고 움츠리는 것보다 실수하고 빨리 배우는 게 훨씬 낫다는 거다. 첫 회사에서 사고 안 친 사람이 있긴 한 건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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