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컴퓨팅, VR 그 너머
애플 비전 프로 이후 공간 컴퓨팅이 어디까지 왔는지 현실 점검
VR 헤드셋이 아니다
공간 컴퓨팅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VR 게임을 떠올리기 쉽다. 근데 실제로는 좀 더 넓은 개념이다.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정보를 겹쳐 놓는 기술 전반을 말한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내놓으면서 "공간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메타는 퀘스트 시리즈를 계속 밀고 있고, 삼성-구글도 합작 디바이스를 준비 중이다.
2026년 현재 전 세계 공간 컴퓨팅 디바이스 누적 판매가 한 4,700만 대 정도다. 스마트폰이 연간 12억 대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니치 시장이다.
직접 써봤다
비전 프로를 한 2주 정도 빌려 써봤다. (지인이 사놓고 안 쓰고 있었다. 499만 원짜리 먼지 수집기.)
멀티 디스플레이로 쓸 때는 확실히 좋았다. 모니터 3대 효과를 공간에 띄울 수 있으니까. 코딩할 때 레퍼런스 문서, 터미널, 에디터를 공간에 배치하는 경험이 신선하긴 했다.
근데 30분 지나면 무겁다. 한 650g인데, 이게 얼굴 앞쪽에 집중되니까 목이 아프다. 2시간 연속 사용은 솔직히 무리다. 그리고 타이핑이 어렵다. 키보드를 패스스루로 보면서 치는데, 지연이 미세하게 느껴진다.
라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공간 컴퓨팅이 모니터를 대체할 것이다"라는 전망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한 5~7년은 더 걸린다.
문제는 세 가지다. 무게, 배터리, 킬러 앱.
무게는 250g 이하로 내려와야 장시간 착용이 가능하다. 지금 기술로는 한 3~4세대는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배터리는 비전 프로가 외장 배터리로 한 2시간. 출퇴근 시간만큼도 안 된다. 내장 배터리로 8시간 이상 가려면 배터리 기술의 근본적 발전이 필요하다.
킬러 앱은 아직 없다. "모니터 대체"만으로는 500만 원짜리 디바이스를 살 이유가 안 된다. 공간 컴퓨팅이어야만 가능한, 모니터로는 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개발자 관점에서 흥미로운 부분
SwiftUI 기반의 visionOS 앱 개발이 생각보다 접근성이 좋다. 기존 iOS 앱을 visionOS로 포팅하는 건 한 2~3주면 기본적인 건 된다.
근데 공간 컴퓨팅에 특화된 UX를 만들려면 완전히 다른 사고가 필요하다. 2D 화면에서의 UI 설계와 3D 공간에서의 UI 설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시선 추적 기반 인터랙션, 손 제스처, 공간 오디오. 배워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WebXR 쪽도 움직이고 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공간 컴퓨팅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API인데, 아직 표준화가 덜 됐고 성능도 네이티브에 비해 한 40% 정도 떨어진다.
언제쯤 메인스트림이 될까
낙관적으로 2029년, 보수적으로 2032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가격이 한 100만 원 이하, 무게 200g 이하, 배터리 8시간 이상. 이 세 조건이 충족되면 급격히 보급될 거다.
그전까지는 특수 용도 - 의료, 건축, 교육 - 에서 먼저 자리 잡을 것 같다. 일반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근데 기술 발전 속도가 예측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고.